[한경에세이] 다시, 케이콘!
8월 19일부터 3일간 ‘케이콘 LA’가 열렸다. 케이콘은 CJ가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세계 최대 K컬처 페스티벌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일본 프랑스 태국 호주 등 다양한 나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콘서트로 전환됐다가 올해는 3년 만에 서울, 일본 도쿄, 미국 시카고에서 프리미어를 개최했고, 8월 미국 LA를 거쳐 10월 일본 도쿄로 이어질 예정이다.

케이콘(KCON)은 ‘Korea Convention’을 줄인 말로, K컬처를 중심으로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페스티벌이다. 컨벤션 현장에서는 K팝 세미나와 패널 토의, K팝 공연, K푸드 및 K뷰티 체험 부스, 토크쇼 등 다양한 체험형 행사가 펼쳐지고 공연장에서는 화려한 라인업의 K팝 뮤지션들이 글로벌 팬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행사 기간에는 한국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판촉전과 전시회도 열린다. 케이콘으로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바이어 및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창구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케이콘에 처음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해 케이콘이 BTS의 첫 번째 미국 공연이었는데, 공연 날짜에 맞춰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 애쓰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후로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들이 유엔에서 연설하고 백악관에 초청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는 CJ와 ‘소녀교육 캠페인’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관계자가 케이콘 LA를 방문했다. 컨벤션은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시간 맞춰 도착해 보니 이게 웬걸, 잠실야구장만 한 공간에 수백 명이 이미 줄을 서 있었다. 당시 그가 놀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행사장에 한국 관객이 훨씬 많을 거라고 예상했던 그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관객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게다가 아이들만 콘서트에 들여보내고 공연장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가 많았다. “술도 없는 건전한 오락 생활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던 부모들의 유쾌한 대답 역시 기억에 남아 있다.

3년 만에 케이콘 LA 현장에 와 보니 예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새삼 감개무량하다. 수만 명의 글로벌 K팝 팬들이 다시 LA에 모여 전보다 더 큰 함성과 에너지로 환호를 보냈다.

10년 전 우리가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게 하는 것”이라는 목표를 세울 때만 해도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기생충’, ‘오징어게임’, BTS, 윤여정, 송강호, 케이콘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꿈이 꿈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우리 문화의 힘에 감사하며 이 목표를 함께 이뤄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