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도 조직개편 등으로 지연돼 100일내 못 마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TV조선 시사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취임 100일이 됐는데 내각도 완성하지 못하는 이런 정부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 내각제를 하는 영국의 대처 회고록을 보면 '수상이 되면 24시간 이내에 조각을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이 교육개혁·연금개혁인데 주무 장관인 교육·복지 장관을 아직도 채우지 못한 것이 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선 대통령 취임 100일 이내 첫 내각 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선례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실제로 과거 정부는 출범 100일을 넘기지 않고 1기 내각 구성을 완료했을까?
[팩트체크] 출범 100일까지 내각 완성 못한 건 尹정부가 처음?
연합뉴스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새 정부의 조각(組閣) 사례를 따져봤다.

1988년 2월 25일 새 헌법 시행과 함께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일 이현재 국무총리(서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곧바로 신임 장관 인사를 단행했으며,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은 닷새 뒤 받았다.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 취임 당일인 1993년 2월 25일 국회에서 황인성 총리 인준을 받고 이튿날 24개 부처의 각료 인사를 마쳤다.

반면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국회에서 총리 인준을 받지 못해 첫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첫 총리로 지명했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한나라당)이 5·16 쿠데타 가담 경력 등을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다.

그러자 김 대통령은 김 명예총재를 '국무총리서리'로 국정을 책임지게 하고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고건 총리의 제청을 받아 17개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첫 내각 구성은 취임 7일 만에 완료됐으나, 여야 대치로 총리 인준을 받는 데는 5개월이 더 걸렸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2000년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초대 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나 첫 내각 구성은 비교적 순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2월 25일) 이튿날 고건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나자 그다음 날 18개 부처 장관 중 교육부총리를 제외하고 인사를 단행했다.

교육부총리까지 포함한 내각 구성을 완료하는 데는 취임 후 9일이 걸렸다.

2005년 인사청문회법 개정으로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의 고위공직자에서 국무위원인 부처 장관들로 확대되면서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까다로워지고 소요되는 시간도 점차 길어지게 됐다.

[팩트체크] 출범 100일까지 내각 완성 못한 건 尹정부가 처음?
이명박 정부는 출범 17일 만에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18개 정부 부처를 15개로 줄이는 정부조직 개편이 난항을 겪은 데다 통일부, 환경부,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 각종 의혹으로 잇달아 낙마하면서 내각 구성이 지연됐다.

취임 나흘 만에 한승수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이뤄지면서 11개 부처 장관을 임명했으나, 야당(통합민주당)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비롯한 나머지 4개 부처의 장관 자리를 채우는 데 2주가량 더 걸렸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대통령 취임 후 근 한 달이 지나서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각 구성이 늦어졌다.

아들 병역 의혹으로 사퇴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이어 지명된 정홍원 초대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은 대통령 취임(2월 25일) 이튿날 이뤄졌으나,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보름이 지나서야 신임 장관 13명을 임명하고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낙마한 국방부 장관 자리를 채우고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까지 마치는 데는 취임 후 51일이 소요됐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첫 내각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른 정부와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한 두 달여 간의 정권 인수인계 절차 없이 바로 출범해 다른 정부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당선 이튿날(5월 10일) 취임하자마자 내각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이낙연 초대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이뤄졌고, 취임 한 달 만에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부처 장관 인사를 진행했다.

중도 낙마한 법무부,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17개 부처 장관 자리를 채우는 데는 취임 후 96일이 걸렸다.

여기에 조직개편으로 새 정부 출범 두 달 반 만에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까지 마무리하는 데 3개월이 더 소요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은 출범 195일 만에 완성됐다.

[팩트체크] 출범 100일까지 내각 완성 못한 건 尹정부가 처음?
역대 정부 사례에 비춰보면 첫 내각 구성이 정부 출범 후 100일 넘게 지연된 경우는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첫 내각 구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부처를 신설하는 조직개편 이슈가 결부됐다는 점에서도 윤석열 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주 출범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했고, 지난달 4일 임명됐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제개편 논란 속에 지난 8일 사퇴하면서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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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