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불법 점거 농성이 1주일을 넘었다. 지난 16일 아침 본사 문이 열리자마자 조합원 70여 명이 경비 직원을 강제로 제압하고 로비와 옥상을 점거했다. 지난 6월 초 경기 이천, 충북 청주의 소주 공장을 점거했던 이들은 강원 홍천 맥주공장에 이어 본사를 점거해 운송료 30% 인상, 사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장소를 옮겨가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행동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하이트진로는 본사를 점거한 조합원들을 업무방해·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그제와 어제 메인 뉴스의 ‘7일째 강남 한복판 옥상 농성…살려고 올라왔습니다’라는 현장 리포트를 통해 농성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들의 행위가 정당한 것인 양 보도했다. 철제 구조물로 설치한 옥외광고판 뒤쪽의 좁은 난간에서의 불편한 생활, 지상의 동료들이 경찰 검문을 거쳐 음식물을 올려주는 모습, 식수 외에 다른 물이 없어 생수로 얼굴과 손발을 겨우 씻는다는 이야기, 고공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와 비닐로 만든 간이 천장이 집중호우에 무너지는 모습 등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무더운 여름날, 수시로 집중호우까지 퍼붓는 상황에서 옥상 점거 농성의 불편함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화물차주들과 계약한 화물운송 위탁회사 수양물류와의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수양물류에 100% 출자한 원청회사 하이트진로는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고 절박하다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KBS는 “이들의 옥상 농성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죽으려고 올라온 게 아니라 살려고 올라왔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라는 화물연대 간부의 멘트를 전했다.

원청·하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불법 점거-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요구를 반복하는 패턴은 청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렵더라도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화물연대는 운송 단가가 15년째 동결돼 있다고 하는데, 하이트진로 측은 화물차주들과 협의를 통해 분기별로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태 해결을 바란다면 불법 점거가 정당한 듯이 보도할 게 아니라 운송료 인상 등 쟁점에 관한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를 통해 대안에 접근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