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청의 마케팅 메시지] 미국 친구가 'K푸드 직구' 포기한 까닭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이제 많은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국내 2050세대 10명 중 4명은 해외 직구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해외에서 더 질 좋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수시로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유영하는 소비자가 다수 존재한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의류도 바로 주문해서 입을 수 있고, 해외 건강식품도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에 지급하는 외화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해외 직구가 활발해진 이유로는 △국내 유통의 독과점 구조에 따라 국내 제품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경우가 있는 점 △생활 수준 향상으로 상품의 다양성에 소비자 니즈가 늘어난 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대행을 통해 편하게 해외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택배 서비스 발달로 해외로부터 오는 물품을 이른 시간 내 받아볼 수 있는 것도 그 이유로 꼽힌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한류의 여파로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 라면, 조미김, 쌈장 등 식품과 아기 포대와 같은 유아용품, 심지어 정원 관리를 위한 호미 등 다양한 상품이 해외 소비자의 클릭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런 인기 상품을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직구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되면 해외 플랫폼에 이전될 상품 판매 이익이 고스란히 국내에 귀속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외 소비자에게 국내 쇼핑 플랫폼 이용은 상당히 난해한 일이다. 예상외로 그 이유가 언어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한국 식품에 관심이 있는 미국 친구에게 한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소개했지만, 구매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던 경험이 있다. 그 친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더니, 상품 선택 후 결제를 위해 필요한 개인 인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개통한 한국 통신사를 이용하는 휴대폰이 있지 않은 한 해외에서는 외국인 개인 인증이 어려웠다. 또한 국내 쇼핑 플랫폼에서 해외 신용카드가 결제 카드의 선택사항에 존재하지 않아 상품 결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물론 해외 소비자가 국내 플랫폼에 자유롭게 접근해 개인 인증도 없이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해외발 부정거래 발생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가 미국, 중국 등에서 국내 신용카드만으로 자유롭게 결제해 해외 직구를 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사업 환경을 글로벌화해 나가야 하는 시대에, 우리 스스로 갈라파고스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 금융계도 글로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탈중앙신원증명(DID), 신용카드업계 정보보안표준 규칙(PCI DSS) 등과 같은 시스템 적용을 고려해 실질적 직수출에 해당하는 해외 소비자의 국내 상품 직구에 스스로 묶어 놓은 발을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우려는 단지 국내 플랫폼에서의 상품 구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에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해외 여행객이 한국 관광을 하고자 호텔이나 공연 예약 등을 국내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하고자 해도, 같은 이유로 해외 신용카드로 결제가 어려워 국내 OTA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OTA가 국내 관광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 관광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에도 역행됨은 물론이다.

한류가 단지 K팝과 K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K패션, K뷰티, K푸드 등 K라이프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소비자가 직구하는 K상품과 K서비스는 새로운 차원의 한류 옵션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세계적 유통사에 공급하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제는 유통 부문도 우리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글로벌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더욱 커다란 부가가치를 국가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 스스로 묶어놓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지급결제 부문의 족쇄를 푸는 일이 그 첫 단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