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코로나·흑사병보다 더 무서운 유행병 '비만'
21세기 최악의 유행병은 무엇일까. 아마도 코로나19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약 6억 명이 확진된 데다 64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유행병이 있다. 14세기 중반 유행했던 흑사병(약 4000만 명)만큼이나 많은 사망자를 냈다. 특이한 점은 타액이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과도 무관하고, 단기간 내 사망하는 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서 서서히 죽어간다.

이 병의 이름은 바로 ‘비만’이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등 많은 질병을 유발하며 사망률을 급격히 높인다. 현대사회에선 비만 인구가 너무나도 많아 의사들이 비만을 ‘통상적 질병’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비만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왜 비만 인구는 1900년대 들어서 갑자기 증가했을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돼서일까. 사무실 안에 갇혀 의자에 앉아만 있기 때문일까.

미국에서 25년 넘게 의사와 임상과학자로 일해온 리처드 J 존슨 콜로라도대 의대 교수는 비만의 원인을 ‘프럭토스’에서 찾았다. 프럭토스는 음식에서 단맛이 나게 하는 과당이다. 쌀밥 빵 등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체내에서 프럭토스로 전환되기도 한다. 프럭토스는 지방을 저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생존 스위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해놓고, 비상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현대인이 살이 찌는 건 이 스위치가 계속 켜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당류를 먹으면 도파민이 분비돼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다른 동물보다 프럭토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산업 발전으로 어디서든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됐는데도 인간의 몸은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해놓는다.

프럭토스는 인간이 음식을 조절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프럭토스는 뇌에서 ‘그만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인 렙틴의 저항성을 높인다. 음식에 대한 갈망을 계속 키우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비만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살을 빼야 하는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담겨 있다. 저자는 ‘과일과 채소에 있는 당류도 조절해야 할까’ ‘당이 있는 음료와 음식 중 어떤 게 더 나쁠까’ ‘콜라 대신 스포츠음료를 마셔도 될까’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단은 뭘까’ 등 사소하면서도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가며 다이어트 성공 비법을 알려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