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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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마약범죄와 조직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수사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범죄자 처벌 수위도 한층 높일 방침이다. 법무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시행령을 고쳐 일부 마약범죄와 조직범죄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넣자 검찰이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하는 양상이다.

대검찰청은 16일 전국 6대 지방검찰청(서울중앙·인천·수원·부산·대구·광주) 마약·조직범죄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마약·조직범죄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조직폭력배와 마약 밀수조직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제 공조체제 강화 △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국정원 등 유관기관과의 수사협의체 설립 △전담검사 책임 처리체계 구축 △범죄자 처벌 강화 및 범죄수익 박탈 등을 통해 해당 범죄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이들 범죄를 직접 수사할 길이 열리자 검찰이 고강도 수사에 팔을 걷었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조직폭력배·보이스피싱 등 ‘서민 안전을 위협해 불법적 이익을 착취하는 범죄’를 경제범죄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대통령령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시행령이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다음달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직접수사 길 열리자 "마약·조직범죄 근절" 팔걷는 검찰
법무부와 검찰이 마약·조직범죄 근절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는 것은 그만큼 해당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압수량은 1296kg(시가 기준 1조840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약 압수량은 2017년(155kg) 이후 5년 만에 8배가량 늘어나는 는 등 최근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사인력 부족으로 지난해(1만6253명) 다소 줄었던 마약사범 수도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최근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청소년과 20~30대 청년, 주부, 공무원으로까지 투약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올 상반기 실질적인 마약사범은 8만명, 마약시장 신규 수요는 5만명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직접수사 길 열리자 "마약·조직범죄 근절" 팔걷는 검찰
조직범죄의 경우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처벌받는 인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7744억원으로 2020년(7000억원)보다 10.6% 증가했다. 2006년 첫 피해사례가 신고된 뒤 피해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검거해 형사처벌을 받은 보이스피싱범은 2만6397명으로 1년 전보다 33.5% 감소했다. 조직폭력범 형사처벌 인원 역시 장기간에 걸쳐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엔 2293명이었던 수가 지난해 676명까지 줄어들었다.

대검 관계자는 “조직범죄는 폭력범죄뿐만 아니라 마약 밀수·유통,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등 민생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범죄행위로도 영역이 확대됐다”며 “수사역량을 강화결집해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