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공식 출범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호영 비대위’가 닻을 올리게 됐지만, 비대위 앞엔 크고 작은 ‘암초’가 놓여 있다. 이준석 대표가 전면전에 나선 데다 17일 비대위 출범과 관련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진행된다. 비대위의 운영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16일 비대위원 명단과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날 오후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비대위원은 총 9명으로 당연직 3명(주 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을 제외한 6명은 원내 3~4명, 원외 2~3명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첫 단추인 비대위원 인선부터 잡음이 예상된다. 비대위원이 자칫 친윤(윤석열)계 등 특정 계파 위주로 꾸려질 경우 중립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계파 색채가 강한 인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여성·청년을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계파에서 벗어나면서 혁신을 이끌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기 쉽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한때 비대위 합류설이 나왔던 김성원 의원은 지난 11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비나 왔으면 좋겠다”고 실언해 비대위원 후보에서 제외됐다. 비대위에 대한 일부 비판적 여론까지 겹치면서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 인선이 지난 주말에서 16일로 미뤄진 배경이다. 주 위원장은 다만 “인력난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순항 여부의 고비는 사법부 판단과 이 대표의 대응이다. 비대위 출범 하루 뒤인 17일 이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인용 여부는 이르면 심문 당일 나온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무효화돼 당은 대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여론전을 선포한 만큼 혼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 행보에 따라 핵심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과 일부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대위가 결정할 전당대회 룰과 개최 시기도 불씨로 남아 있다. 당권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내홍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초반부터 동력을 크게 상실한 비대위가 당내 혼란과 리더십 부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