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생산 기능을 신설 자회사로 분할하는 것은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서다. 모듈과 부품 부문은 매출은 전체 사업의 80%에 달하지만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지난해 0.47%)을 기록하는 ‘덩치’만 큰 사업부다. 이들 생산 기능을 자회사로 분할해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을 추진하려는 게 현대모비스의 의도로 분석된다.

모듈·부품 분할해 수익성 향상…존속 모비스엔 AS부문 남긴다
다만 현대모비스의 전장 등 일부 생산 기능은 이번 개편안에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 노동조합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잔류의 이유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업계의 골칫거리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등 전장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존속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AS 부문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전장과 연구개발(R&D) 기능에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회사로 전환되는 본사 내 생산 관리직들의 반발은 분할안의 변수다. 현대모비스는 전환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가 2018년 추진된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분할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분할이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개편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계획을 세우기 쉬운 방향으로 분할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 축이다. 그룹 핵심인 현대차의 대주주로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끊으려면 정의선 회장이 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조직이 분할을 통해 슬림해지면 지분 교환을 추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모비스 사업구조 변경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모습”이라며 “다만 다른 계열사의 가치 상승이 우선인 만큼 당장 개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모비스는 0.67% 오른 22만6500원에 마감하며 이렇다 할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