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들의 친구…'꼬마 니콜라' 장 자크 상페 별세

젊은 시절 장자크 상페의 모습. 책상 위에는 작업 중인 '꼬마 니콜라' 그림이 보인다. /출처: '꼬마 니콜라' 공식 홈페이지

그림책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그림작가 장 자크 상페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만 89세.

그의 아내인 마르틴 고시오 상페는 이날 AFP통신에 남편의 부고를 전했다. 상페의 오랜 친구이자 고인의 전기를 썼던 마르크 르카르팡티 작가는 “상페가 목요일 저녁 별장, 아내와 가까운 친구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상페의 대표작은 1959년 출간된 그림책 <꼬마 니콜라>다. 악동 니콜라와 친구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그림체가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45개국에서 15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상페는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비롯해 30권 넘는 책을 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좀머 씨 이야기> 그림도 상페의 작품이다.

장자크 상페가 그린 '꼬마 니콜라'. /출처: '꼬마 니콜라' 공식 홈페이지

'꼬마 니콜라'의 아기자기한 일상과 달리 그의 어린시절은 불우했다. 1932년 8월 17일 프랑스 보르도 근교 페사크에서 태어난 상페는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렸다. 소년 상페에게는 낙서가 작은 기쁨이었지만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했다. 이후 우체국, 은행, 철도회사 입사 시험에서 줄줄이 낙방했다. 생계를 위해 집집마다 돌며 치약을 팔고 와인을 배달했다.

결국 만 17세에 나이를 속이고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는 내게 일자리와 침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상페는 생전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혹독한 군 생활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그는 경계근무 중에도 낙서를 하다 걸려 문책을 당하곤 했다.

제대 후 파리로 진출한 그는 신문 만평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상페는 훗날 "니콜라 이야기는 내가 성장하면서 견뎌온 비참함을 다시금 되짚어 보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상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리마 압둘 말락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등이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말락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상페는 이제 이곳에 없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하다"며 "다정함과 우아함, 장난스러움으로 그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