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 지지율의 경제적 가치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다. 5일 한국갤럽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4%로,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여당의 지지율도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야당에 역전됐다.

윤 대통령은 이런 지지율 하락에 대해 “별로 의미 없다”고 했지만, 통상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지지율은 40% 이상이다. 25% 미만이면 국정 운영 동력을 거의 상실한 수준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돼야 한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할 때마다 답습하듯 “연연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 지지율은 정치학자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인 것 같다.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통령 지지율에 관한 논문만 220개가 넘는다.

반면 경영학계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매력 있는 연구 주제가 아니다. 그런데 2022년 7월에 공개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대통령 지지율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는 미국 노트르담대 경영학자 등 3명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1981년부터 2019년까지 대통령 지지율과 주가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연구 결과를 이용해 거칠지만, 대통령 지지율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해보면 지지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월 5%로 현재 우리나라 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연간 약 1372조원에 달한다. 2022년 한 해 정부 예산이 607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대통령 지지율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엄청난지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는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많은 요인에 영향받지만,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변수는 경제다. 이와 관련해서도 2019년 국내 경영학과 교수진이 발표한 주목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연계되는 경제 변수는 경제성장이나 실업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논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집중한 실업률이나 경제성장은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율과 기준금리 상승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7월 초 아직 지지율이 30%를 넘던 당시 윤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이 시점에서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가. 앞서 살펴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고금리와 고물가에 대한 경제 역량의 집중이다. 그런데 고금리와 고물가, 심지어 고유가에 대한 적신호는 이미 올해 초부터 켜져 있었고,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 모두 대응안까지 내세운 바 있다. 아쉽게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시의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음을 대통령 지지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4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회복의 시작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철학이 무엇인지 다시 명확히 국민과 소통하고, 그 경제가치를 실현해 나감에 있다. 즉, 윤석열 정치의 고유 상표는 공정과 정의와 상식이었는데, 벌써 그것들이 희미해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김건희 여사, 이준석·친윤 갈등, 부실 검증 인사, 도어스테핑 등으로 꼽고 있지만, 휴가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그런 이슈가 아니라 경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공정경제, 정의경제, 그리고 상식경제의 실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