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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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조기에 소집하기로 결론을 냈다. 상임전국위·전국위는 사흘의 공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5일 개최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일식당에서 중진 의원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후속 절차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주호영·서병수·정진석·홍문표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은 모두 비대위원장 후보군들이다.

오찬 후 권 원내대표는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조기에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지명할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상임전국위를 열어 현재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볼 것인지 유권해석을 받고, 전국위에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할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선출된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임명하면 비대위가 출범한다. 이르면 이번 주말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관련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추려진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시작 단계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해서 하겠다"며 "의원들에게 그룹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 논란 속에 지난달 31일 직무대행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위원장 임명 등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필요한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은 수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날 재적인원 7명 중 4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당 최고위가 비대위 전환 안건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 "절대 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직격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위장사퇴쇼'라고 하는 등 '친이준석계'도 가세했다. 당 수석대변인인 허은아 의원은 "지금의 논의 방향이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우상호 "3당 모두 비대위 체제…희한한 정치 상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1당·2당·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접어드는 희한한 정치 상황을 경험하게 됐다"며 "어느 당 비대위가 더 잘하나, 누가누가 더 잘하나 이런 경쟁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월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를 가동하다 6·1 지방선거 패배 후 '우상호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고, 원내 3당인 정의당은 지방선거 패배 뒤 '이은주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우 위원장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며, 반성을 해야 할 대목"이라며 "정당정치가 얼마나 취약하면 이렇게 모든 정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겠나"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