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비대위 전환 반대한 유일한 1인…'국민의힘 모난돌' 김웅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라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검사 재직 시절 펴낸 <검사내전>의 목차 중 한 귀절이다. '개가 아니라서' 선배 검사의 말을 고분 고분 듣지 않았다는 그는, 직위를 가리지 않고 들이 받아 '또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회고했다.

또라이 기질이 발휘되는걸까. 최근 한달 김 의원은 여당 소속 초선 의원 63명 중 가장 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8일 징계가 확정된 이준석 대표와 관련해 다른 의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지도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총의를 모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대표적인 예다. 전체 참석자 89명 중 88명이 비대위 전환에 동의하는 가운데 김 의원 혼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구체적인 반대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찬반을 묻는 질문에 손을 들어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에 동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 전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 지난달 8일 새벽에도 조선시대 장수인 남이에 비유해 이 대표를 옹호했다. 그는 SNS에서 "남이가 진 앞에 출몰하면서 사력을 다하여 싸우니 향하는 곳마다 적이 마구 쓰러졌고 몸에 4,5개의 화살을 맞았으나 용색이 태연자약하였더라"고 쓰며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는 이 대표의 사진을 첨부했다.

전장에서는 크게 활약하고도 역적이라는 누명을 써 능지처참에 처해진 남이와 이 대표의 처지가 비슷하다며 당내 친윤계를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의 문자 메세지가 공개된 지난달 26일에는 '내부총질'이라는 제목과 함께 대선 당시 이 대표의 활약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총질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의 강남권 텃밭 중 하나인 송파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다음 공천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의 눈밖에 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윤계가 차기 당권을 가져올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 의원은 일반적인 정치인의 행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다음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검사 출신이지만 소위 '윤석열 사단'과는 거리가 멀어 송파갑에 공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질적인 행보에는 청년층으로의 외연확장과 관련한 이 대표 행보에 대한 공감이 있다. 김 의원은 작년 5월 당 대표에 출마하며 "이 대표가 청년층의 마음을 얻은 것을 높게 평가하며, 2030을 국회로 보낼 수 있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김 의원의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에는 초선부터 중진까지 이 대표에 호의적인 의견을 가진 정치인들이 지금도 적지 않지만 나서서 편을 들지는 않는다.

<검사내전>에서 김 의원은 '생활형 검사'로서 일반적인 검사들과 다른 삶을 묘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국회에 와서는 스스로를 '국민의힘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또라이' 검사로, 이질적인 여당 의원으로 살아온 그가 당내 혼란 속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주목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