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제품 다양화와 가격 사이의 고민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가격정책

고객은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늘 새로운 제품을 원한다.
시장은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경쟁자를 내보낸다.
나는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비바미가 이번 가을에 새로운 제품을 몇 가지 만든다. 지금까지는 제품 구성이 단순해서 좋았다. 나도 고객도 어떤 제품이 있는 지와 그 가격을 굳이 묻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우선 제품군이 하나 더 늘어난다. 발볼넓이를 현재 3개에서 4개로 늘린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서너개의 발볼넓이로 신발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 구분을 명확히, 더 넓게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필수적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켜야 한다. 같은 고객군만 대상으로 한다면 내 시장을 내가 파먹으면서 결과적으로 비용과 복잡성만 더하는 꼴이 된다. 게다가 환율과 물가인상이라는 가격 인상요인까지 겹쳤다. 새로운 제품에 넓어진 발볼넓이 구성에 가격 변동요인까지 더해졌다.

또 하나의 숙제는 디자인 고급화이다. 사실 비바미 신발이 촌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이제까지 버텨왔다. 고객도 ‘좀 디자인을 예쁘게 만들어라, 이 것도 디자인이냐?’라는 말을 하면서도 ‘앞을 기대할게요’라면서 사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쟁자도 들어오고, 내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고객들의 칭찬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소재를 다양화하고 신발의 기본 틀을 바꾸면서 고급화시켜보려고 한다. 원래 생각에는 디자인을 멋있게 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된다. 일단 소재와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온갖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여지껏은 가격 변화없이 그대로 판매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가격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분류도 하나 늘어나고, 제품 기능성도 하나 늘어나고, 신발 제조비용도 늘어났다. 이제 #비바미 신발도 머리로 기억하기에는 다양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런 다양성이 증가했으면 소비자도 다양해지고 더 많은 고객이 들어와야 하는 데, 거기에 대한 보장이 없다. 자칫하면 유사한 신발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고객에게 늘려만 주고 실질적인 가치가 늘지 않으면 경영에 어려워진다.

이럴 때는 냉면가게가 부러워진다. 냉면이라는 단순한 메뉴로 장사를 잘해가는 식당은 식자재 운영이나 설거지에서도 아주 효율적이다. 그렇다고 냉면 원가가 분식보다 비싼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래도 비싸게 받는다. 고객도 냉면은 비싸려니 하고 먹는다. 나도 그런 장사하고 싶다. 그런데 고객이, 시장이, 내가 날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장사하다보면 결국 남는게 재고라는 말이 있다. 이리저리 떠밀려 신제품 만들다보니 통장은 비고 창고만 가득찬다는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어떤 신발은 마진폭이 줄더라도 그대로 유지하고, 어떤 신발은 올려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가격을 올리면 왠지 소비자들에게 욕먹을 것같다. ‘홍사장이 자기 잇속만 차리는 것 아니야?’ 하면서 말이다. 원래 장사라는 게 남자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말은 장사꾼에게 치명적인 말이다. 그런 말듣지 않게 적당히 해야 한다. 뭐든지 적당히 잘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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