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괭이 배 속 2m 낚싯줄, 거북 장엔 스티로폼…폐어구가 돌고래 위협
해양쓰레기 수거량 2년 새 82.7% 증가 "발생 줄이고 수거 활동 확대해야"
"와! 돌고래다"
서귀포시 대정읍 등 제주 남서부 해안에서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 12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종으로, 해안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때도 많다.
이 일대는 해양쓰레기가 많이 밀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해안 곳곳에서는 그물류 등 폐어구를 비롯해 플라스틱류 등 각종 쓰레기가 밀려온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어나 일본어가 적힌 폐어구나 페트병 등 외국에서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도 많이 있다.
이런 해양 쓰레기는 제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양 동물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 낚싯줄 먹고, 폐그물 걸려 '죽고 다치고'
31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제주 해상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실시하며 폐어구 등에 다친 모습을 확인한 개체는 '단이', '오래', '꽁이' 등 3마리다.
이 중 단이는 지난해 8월 제주 해상에서 등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걸린 채 헤엄치는 모습이 처음 목격됐다.
낚싯줄이 지느러미 살갗을 파고들어 상처가 난 상태였고, 지난해 말에는 또 다른 낚싯줄이 몸에 걸려 주둥이 등을 휘감은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단이는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목격되지 않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등이 단이 구조를 위해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보도 요청했지만, 단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단이는 몇 달째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단이의 어미로 보이는 개체가 최근 혼자 있는 모습도 목격돼 이미 폐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꽁이는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과 낚싯바늘이 걸린 채 발견됐다.
상처 때문에 꼬리지느러미가 변형돼 있었고, 나중에는 낚싯줄에 해조류까지 감겼다.
꼬리를 연신 내리치며 낚싯줄을 끊어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듯한 모습도 목격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꼬리의 낚싯줄이 사라진 모습이 확인됐다.
오래는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나간 모습으로 2019년 6월 처음 관찰됐다.
그물이나 낚싯줄 등에 걸려 꼬리가 잘려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돌고래 유영과 사냥 등 모든 움직임에 필수적인 꼬리지느러미가 잘려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오래'라는 이름을 붙여줬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것인지 오래는 그 후 3년 넘게 제주 바다에서 잘 지내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진행된 제주대·서울대 주관 해양포유류 부검 교육에서도 해양동물이 각종 해양 쓰레기에 위협받는 현실이 드러났다.
지난 19∼22일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학생 20여 명과 연구진 등이 모여 제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돌고래와 바다거북 등을 부검했다.
부검 대상 중 인도태평양상괭이는 지난 3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는데, 사체가 부패하지 않아 제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상괭이는 매우 야윈 상태였다.
부검 결과 위에서 낚싯바늘 4개가 달린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와 함께 다량의 기생충과 비닐 등이 발견됐으며, 질식사한 것으로 보이는 소견이 나왔다.
낚싯줄을 삼킨 뒤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상태에서 그물에 걸려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되며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이성빈 수의사는 "낚싯줄이 위에 뭉쳐있어 내용물이 저류되면서 기생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면역력도 약해진 상태에서 그물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렇게 긴 낚싯줄이 나온 건 처음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제주시 협재해수욕장 부근에서 발견된 상괭이 역시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돼 그물에 걸려서 죽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상괭이는 임신한 상태였다.
새끼 크기 등을 바탕으로 임신 4∼5개월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1월 제주 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은 매우 수척한 상태였다.
이 거북의 장에서는 그물, 고무, 스티로폼 등이 발견됐다.
장벽 내에서는 궤양과 출혈 소견이 관찰됐으며, 방광 내에는 침전물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거북은 몸길이 59㎝에 무게는 11㎏ 정도였는데, 연구진은 장 내부 이물질 때문에 먹이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부검 대상인 붉은바다거북은 오른쪽 앞다리에 낚싯줄이 감겨 상처가 깊게 나 있고, 폐와 기관 내 혈액이 차 있었다.
연구진은 이 거북이 다리의 상처로 인해 제대로 유영할 수 없게 돼 호흡하는 데 문제가 생기며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 해양쓰레기 해마다 증가…'어구 실명제' 법제화 등 필요
이처럼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는 해양 동물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제주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갑)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9년 1만1천760t에서 2020년 1만6천622t, 2021년 2만1천489t으로 2년 새 82.7%나 증가했다.
이는 인천(3천129%), 울산(200%)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까지 어선과 양식장 등에 친환경 부표를 100% 보급할 계획이며, 생분해성 친환경 어구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어구마다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 실명제'를 법제화하고, 폐어구나 유실 어구의 수거·처리에 드는 비용을 해당 어구의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역시 정부 지원 사업으로 자망어선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어구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전국 최초로 '바다환경지킴이' 운영을 시작, 해안 곳곳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해양 동물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적극적인 수거 활동을 펼치며, 남방큰돌고래 주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바다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남방큰돌고래가 헤엄치는 해상에 폐그물과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어구실명제를 전면 시행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며, 친환경 부표 보급도 아직 지지부진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어민들은 물론 모두가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폐어구나 쓰레기를 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오는 것도 많다"며 "바다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주변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해양쓰레기 수거량 2년 새 82.7% 증가 "발생 줄이고 수거 활동 확대해야"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PYH2020122808070005600_P4.jpg)
서귀포시 대정읍 등 제주 남서부 해안에서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 12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종으로, 해안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때도 많다.
이 일대는 해양쓰레기가 많이 밀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해안 곳곳에서는 그물류 등 폐어구를 비롯해 플라스틱류 등 각종 쓰레기가 밀려온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어나 일본어가 적힌 폐어구나 페트병 등 외국에서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도 많이 있다.
이런 해양 쓰레기는 제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양 동물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PYH2021092821360005600_P4.jpg)
31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제주 해상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실시하며 폐어구 등에 다친 모습을 확인한 개체는 '단이', '오래', '꽁이' 등 3마리다.
이 중 단이는 지난해 8월 제주 해상에서 등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걸린 채 헤엄치는 모습이 처음 목격됐다.
낚싯줄이 지느러미 살갗을 파고들어 상처가 난 상태였고, 지난해 말에는 또 다른 낚싯줄이 몸에 걸려 주둥이 등을 휘감은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단이는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목격되지 않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등이 단이 구조를 위해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보도 요청했지만, 단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단이는 몇 달째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단이의 어미로 보이는 개체가 최근 혼자 있는 모습도 목격돼 이미 폐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꽁이는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과 낚싯바늘이 걸린 채 발견됐다.
상처 때문에 꼬리지느러미가 변형돼 있었고, 나중에는 낚싯줄에 해조류까지 감겼다.
꼬리를 연신 내리치며 낚싯줄을 끊어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듯한 모습도 목격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꼬리의 낚싯줄이 사라진 모습이 확인됐다.
오래는 꼬리지느러미가 잘려 나간 모습으로 2019년 6월 처음 관찰됐다.
그물이나 낚싯줄 등에 걸려 꼬리가 잘려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돌고래 유영과 사냥 등 모든 움직임에 필수적인 꼬리지느러미가 잘려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오래'라는 이름을 붙여줬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것인지 오래는 그 후 3년 넘게 제주 바다에서 잘 지내고 있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PYH2022071907070005600_P4.jpg)
지난 19∼22일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학생 20여 명과 연구진 등이 모여 제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돌고래와 바다거북 등을 부검했다.
부검 대상 중 인도태평양상괭이는 지난 3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는데, 사체가 부패하지 않아 제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상괭이는 매우 야윈 상태였다.
부검 결과 위에서 낚싯바늘 4개가 달린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와 함께 다량의 기생충과 비닐 등이 발견됐으며, 질식사한 것으로 보이는 소견이 나왔다.
낚싯줄을 삼킨 뒤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상태에서 그물에 걸려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되며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이성빈 수의사는 "낚싯줄이 위에 뭉쳐있어 내용물이 저류되면서 기생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면역력도 약해진 상태에서 그물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렇게 긴 낚싯줄이 나온 건 처음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KR20220729131500056_01_i_P4.jpg)
이 상괭이는 임신한 상태였다.
새끼 크기 등을 바탕으로 임신 4∼5개월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1월 제주 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은 매우 수척한 상태였다.
이 거북의 장에서는 그물, 고무, 스티로폼 등이 발견됐다.
장벽 내에서는 궤양과 출혈 소견이 관찰됐으며, 방광 내에는 침전물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거북은 몸길이 59㎝에 무게는 11㎏ 정도였는데, 연구진은 장 내부 이물질 때문에 먹이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부검 대상인 붉은바다거북은 오른쪽 앞다리에 낚싯줄이 감겨 상처가 깊게 나 있고, 폐와 기관 내 혈액이 차 있었다.
연구진은 이 거북이 다리의 상처로 인해 제대로 유영할 수 없게 돼 호흡하는 데 문제가 생기며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KR20220729131500056_02_i_P4.jpg)
이처럼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는 해양 동물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제주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갑)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9년 1만1천760t에서 2020년 1만6천622t, 2021년 2만1천489t으로 2년 새 82.7%나 증가했다.
이는 인천(3천129%), 울산(200%)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까지 어선과 양식장 등에 친환경 부표를 100% 보급할 계획이며, 생분해성 친환경 어구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어구마다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 실명제'를 법제화하고, 폐어구나 유실 어구의 수거·처리에 드는 비용을 해당 어구의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역시 정부 지원 사업으로 자망어선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어구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전국 최초로 '바다환경지킴이' 운영을 시작, 해안 곳곳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PYH2020060115270005600_P4.jpg)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남방큰돌고래가 헤엄치는 해상에 폐그물과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어구실명제를 전면 시행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며, 친환경 부표 보급도 아직 지지부진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어민들은 물론 모두가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폐어구나 쓰레기를 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오는 것도 많다"며 "바다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주변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줌in제주] 쓰레기 때문에 죽고 다치고…위기의 해양동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PYH2022072011820005600_P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