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양정중 교사 "'냉철한 이성, 따뜻한 마음' 가르쳐 주는 게 경제공부죠"
“어른이 되고 보니 사는 게 모두 경제더라고요. 하나뿐인 지구에서 어떻게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지를 경제학을 통해 배울 수 있죠.”

29일 김나영 양정중 교사(사진)는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출간을 기념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경제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경제 교육은 환경·인성 교육, 생활태도에 대한 교육으로도 이어진다”며 “앨프리드 마셜의 말처럼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을 갖추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2009년부터 경제 공부 동아리 ‘실험경제반’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역할극, 토론, 실험을 통해 경제 이론을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는 동아리다.

예컨대 ‘공공재’ 개념을 배울 때는 학생들이 돈을 모아 교실에 둘 공용 공기청정기를 사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한다. 아이들은 각자 최소한의 비용만 부담하고 싶어 하고, 결국 공기청정기 값만큼 돈을 모으지 못한다. 이렇듯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공유지의 비극’ ‘배제성’ 등의 개념을 배운다. 김 교사는 “경제 원리를 몸으로 익히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스며들기 마련”이라며 “토론을 통해서는 한 주제에 관해 여러 가지 입장을 고르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 없던 수업을 설계하고 소품을 직접 만들려다 보니 품이 많이 든다. 그는 “초반에는 매일 밤 별을 보며 퇴근하니 수위 아저씨가 ‘언제 불 끄고 집에 갈 거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며 웃었다.

실험경제반이 처음부터 인기를 끈 건 아니었다.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는 20명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제는 ‘가입시켜달라’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더 받아줘야 할 정도다. 김 교사는 “처음엔 아이들이 새로운 수업 방식을 낯설어하고 ‘교과서 몇 쪽에 나오냐’는 식으로 물었다”며 “이제는 아이들 반응이 좋아 동아리뿐 아니라 경제 분야 외 사회 수업에도 다양한 참여활동을 넣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최고난도 ‘킬러 문항’으로 경제 지문이 제시되는 등 입시에서 경제학 배경 지식이 중요해진 것도 한몫했다.

그는 2019년 창의적인 수업 방식과 그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 ‘경제교육단체협의회 회장상’을 받았다. 동아리에서 한국경제신문이 매주 발행하는 중·고등학생 대상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을 적극 활용했고, 한경 생글 신문활용교육(NIE) 경진대회 교사우수지도안 부문에서 두 차례 상을 받았다. 현재 초·중생 경제신문 ‘주니어 생글생글’ 필자로 활동 중이다.

동아리 수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청소년 동화책이 올해 4월 출간한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이다. 벌써 4쇄를 찍었다. 이번에 나온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도 1주일 만에 증쇄했다. 전작이 미시경제를 다뤘다면 신작은 환율,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를 다뤘다. 7명의 학생이 등장하는 소설 형식을 빌려 술술 읽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경제 교육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사는 “최근 투자 붐이 일었는데 아이들이 주식을 바라볼 때 단순히 수익률만 따지는 게 아니라 주주의 역할,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글=구은서 기자/사진=이솔 한경 디지털랩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