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사진=한경DB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사진=한경DB
돌연 은퇴를 선언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법인에 강 회장 개인 자금을 대여한 것이 차명 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법정이자 외에 어떤 수익도 얻지 않았다며 차명 투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차명을 통한 자기매매가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은 강 회장이 대주주이고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인 공유오피스 업체에 강 회장 개인 자금을 대여해준 것을 두고 자기매매라고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자기매매로 볼 수 없고 금감원 제재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개인 자금을 법정이자율 연 4.6%를 받고 공유오피스 법인에 대여했다”며 “자기매매는 본질적으로 손익의 주체가 개인이어야 하지만 모든 수익은 법인에 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자로서 수취한 이자 외에는 어떤 수익도 받지 않았다”며 “대여 과정에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자금은 전혀 활용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측은 최근 법무법인 계약을 체결하고 금감원 제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이 법인에 귀속되더라도 강 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이기 때문에 강 회장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 회장의 개인 자금이 공유오피스 법인 명의 계좌를 통해 투자된 것이기 때문에 차명 투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사는 끝났고 현재 제재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 회장이 돌연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이 금감원 검사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강 회장은 특별서신을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꿈꿔왔던 끼 있는 투자자의 발굴과 교육,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양성 등 사회와 자본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저의 남은 열정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국내 가치투자 대가이자 1세대 펀드매니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때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주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동방증권(현 SK증권)에 입사한 뒤 쌍용증권, 동부증권 등을 거쳐 1999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전신인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국내 1세대 가치투자 대가’로 불리는 강 회장의 불법 투자 의혹이 증권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존 리 대표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을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사에 나섰다. 존 리 전 대표는 “불법성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