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단체는 대법원이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을 원청(포스코)이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법원이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방식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 변화,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비슷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뿐 아니라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파견제도에 대해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경쟁국가에 비해 국내 사내도급 및 파견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BMW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활용 비중은 57%에 달한다.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지가 섞여 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없다.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를 파견 관계로 보려면 인사권 등을 행사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판례 때문이다. 반면 국내 법원은 원청과 하청 근로자의 혼재 작업이 이뤄지면 불법파견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조선·자동차·화학·철강산업 등에서 사내도급이 적극 활용된다. 원청 근로자가 직접 작업 시범을 보이거나 기술지도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선 모두 불법파견으로 간주된다.

사내도급뿐 아니라 파견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독일과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파견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파견을 금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내용의 핵심도 ‘원칙 허용, 남용 금지’다. 일본은 1999년 정해진 업종만 파견이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특정 업종만 빼고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2004년에는 파견근로 제한 업종이던 제조업까지 허용 범위를 넓혔다. 반면 국내는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만 파견이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경민/박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