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개최 사흘을 앞두고 자진 철회됐다. ‘경찰국 설치’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식어가는 경찰국 설치 반대 여론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경찰 간부를 중심으로 당초 예정된 팀장급,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는 강행하자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는 데다 시민단체의 찬반 성명이 잇따르고 있어 ‘집단 반발 사태’의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회의를 주도한 서울 광진경찰서 소속 김성종 경감은 27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게시글을 올리고 “(경찰국 설치) 법령의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경찰 이름의 사회적인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인 우려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경찰 전체가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전국 14만 경찰회의를 자진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지난 26일 전국 14만 경찰회의를 추진한 인물로, 하루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이런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경찰대 출신 소수 엘리트의 항명 사태로 규정한 게 반발 동력을 약화시키는 분기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경찰대를 졸업만 하면 경위로 채용되는 현 시스템은 불공정하다. 순경 출신을 우대하겠다” 등의 발언을 통해 경찰대 개혁 의지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내 여론이 정부의 유화책으로 누그러지는 분위기”라며 “이런 시도가 14만 경찰회의가 취소된 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경감의 14만 경찰회의 취소 직후 유근창 경남 양덕지구대장은 “오는 30일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며 회의 강행 의지를 밝혔다. 유 대장은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를 제안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미 집단행동 동력이 사그라든 뒤여서 경찰 내부 호응이 뒤따라 줄지는 미지수다.

울산자유우파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경찰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집단 항명 가담자를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정권에 예속해 권력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며 “치안 서비스 불공평과 경찰의 지방직화 단점이 있는 자치경찰제와 경찰대를 폐지해 공채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