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매달려…'보고도 못 믿을' 바티망 서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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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
18년간 20여개 도시 순회한 '바티망' 노들섬 전시
"익숙한 공간 새롭게 보라" 착시 예술 대가
45도 기울인 거울 등 새로운 시각적 경험
관객이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들
"내 작품은 모두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
18년간 20여개 도시 순회한 '바티망' 노들섬 전시
"익숙한 공간 새롭게 보라" 착시 예술 대가
45도 기울인 거울 등 새로운 시각적 경험
관객이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들
"내 작품은 모두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들이다. 우리 눈에 그대로 보이는 장면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에를리치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한 작품 '바티망(Batiment)'이 서울 노들섬을 찾았다.
45도 기울인 거울의 비밀 "보이는 것을 믿는가"
프랑스어로 '건물'이란 뜻의 바티망은 2004년 파리예술축제 '뉘 블랑쉬'에서 처음 제작돼 런던,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 20여 곳의 세계 대도시를 18년 간 여행했다. 각 도시마다 특징들을 담은 새로운 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이 작품의 비밀은 45도 기울인 거울에 있다. 땅 위에 수평으로 놓인 모형 세트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면 반사된 모습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사람들은 이 위에서 눕거나 쭈그려 앉거나 엎드린 채 '거울놀이'를 즐긴다. 해외 전시에선 하루 평균 4500명이 찾았다.

수영장(1999)은 야외 수영장처럼 보이지만 물이 들어있지 않은 수조다. 지하로 내려가 마치 사람들이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이고 수조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물 밖으로 보이는 다른 관람객들을 바라본다. 허상과 실제의 경계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녹아내리는 건물, 뿌리채 뽑힌 집의 의미
그의 작품은 대부분 중력을 벗어난 모습을 하고 있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 안엔 때로 비판적인 공간들이 연출된다. 녹아내리는 건물은 기후위기로 인한 온난화를, 우리의 터전인 집이 뽑히는 건 뿌리채 뽑히는 과도한 벌목의 현실을, 모래로 만든 66대의 자동차는 사막화되고 있는 지구의 문제를 지적한다.
집을 공중에 띄우고, 뿌리가 박힌 집을 크레인으로 하늘에 들어올리는 작업인 ‘뿌리째 뽑힌(2015’은 그런 점에서 인간이 만든 건축물과 공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파리 기후변화협약회의와 함께 기획됐다. 에를리치는 “시각이 강요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일상에서 보는 모든 것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것은 보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 반전의 경험을 일으키고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