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 중 휴게시간 수당 지급 여부는 노사합의 사안…무조건 유급 아냐"
업무 중 휴게시간에 대한 수당 지급 여부는 노사가 합의할 사안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휴게시간을 무조건 유급이라고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A씨 등 우체국물류지원단 소속 단시간 근로자 7명이 지원단을 상대로 낸 근로시간 차별시정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4시간 30분 동안 우체국물류지원단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우정사업본부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뒤 우편물 운송이나 소포 위탁배달 등 업무를 맡아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이들은 오후 2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9시간 동안 일하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근무시간만 다를 뿐 같은 업무를 했다.

일반 근로자는 유급 1시간과 무급 1시간 등 총 2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만, 단시간 근로자는 무급으로 30분 휴게시간만 쓸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은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A씨 등은 “4시간에서 30분을 초과해 매일 일했는데도 유급 휴게시간을 받지 못했다”며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원단이 지급해야 한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시간은 4시간 30분이고, 이 중 30분은 유급으로 한다는 노사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급 휴게시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고 돼 있지만, 해당 휴게시간이 유급인지 무급인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게시간의 유·무급 여부는 사용자·노동자 간 합의로 정해야 한다”며 “유급으로 휴게시간을 주기로 합의하지 않은 이상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에 대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은 4시간 30분의 근로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휴게시간을 임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에 포함한 것”이라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하루당 800여만원씩을 지급해 달라는 원고 7명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