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택에 '쥐약' 배달 유튜버, 벌금형 집행유예로 감형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약을 배달하려고 시도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튜버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21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원모(34)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를 한 번 연기한 만큼 깊이 생각을 했다"면서 "피고인이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도 피고인의 행동은 사회상규나 정당한 행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롱이라면 쥐덫이나 쥐 그림을 보내는 등의 방법도 있는데 굳이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약'을 보낸 점을 보면 일반인들이 겁을 먹을 수 있다"면서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유·무죄의) 경계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형량을 좀 깎아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벌금형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었으나 2018년 1월 개정된 형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도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집행을 유예할 수 있게 됐다.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원씨는 2019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에 쥐약을 전달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하자 택배로 배달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경호관이 택배 내용물이 쥐약인 것을 확인하고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한 뒤 버려 실제 쥐약이 이 전 대통령에게 배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씨 측은 재판에서 "정치 퍼포먼스에 불과했을 뿐 협박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상자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도달하지 않아 협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씨에게 이 전 대통령을 협박할 고의가 있었고 이 전 대통령도 위협을 인지했다고 보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정치 퍼포먼스라면 실제 쥐약을 사용하거나 택배로 배송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의 사저 경호 단계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