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주일 새 10% 뛰며 한 달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대장주 이더리움은 1주일 만에 30% 넘게 올랐다. 모처럼의 상승 랠리에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비관론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암호화폐 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하락장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불트랩(강세 함정)’일 수 있다는 경고는 여전하다.

비트코인 '바닥론' 슬며시 고개
19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주일 전보다 9.5% 상승한 2만183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유럽·아시아 증시 반등에 힘입어 이날 한때 2만28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 소폭 내렸다. 지난달 16일(2만2664달러) 이후 약 한 달 만의 최고가다. 시장 분석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분석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폭이 1%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가 될 것이란 기대로 암호화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이더리움이 모처럼의 ‘코인 훈풍’을 주도했다. 이더리움은 수년간 예고만 됐던 이더리움2.0 업데이트가 오는 9월 이뤄질 수 있다는 발표가 지난주 나온 뒤 급반등했다. 1주일 전만 해도 1000달러 유지조차 버거워 보이던 이더리움은 이날 한때 157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1주일간 이더리움 상승폭은 38.5%에 달한다.

업계에선 그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온 비트코인이 이제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는데도 비트코인이 예전과 달리 빠른 반등에 성공한 것을 좋은 신호로 해석했다. 모야 분석가는 “이 상태로 2주를 버틴다면 ‘크립토 윈터’가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데이비드 모레노 크립토컴페어 분석가는 “(셀시우스의 파산을 끝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최악의 사태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한 달 넘게 실현 가격을 밑돌았다. 시장 전반에서 상당한 투매가 벌어졌다는 뜻"이라며 비트코인의 실현가격, MVRV(실현가치 대비 시장가치), 실현·미실현 손실 등의 지표를 근거로 "매도 압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진짜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Fed 통화긴축 끝나야 진정한 반등 올것"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란 걸 보여주는 지표가 많기 때문이다. 트레이딩뷰 분석가인 렉트 캐피털은 “비트코인 가격은 아직도 200주 저항선을 밑돌고 있다”며 “이 레벨을 뚫고 올라가기 전에는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너새니얼 위트모어는 “암호화폐도 모든 자산군과 마찬가지로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영향을 받는다. 암호화폐만 면역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한 강세장은 Fed의 통화 긴축이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