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지인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1학년생 A(20) 씨의 신상이 공개될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인천 경찰은 이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피의자 혐의가 '준강간치사'라 신상정보 공개 대상인 6대 범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18일 A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죄명이 살인으로 변경되면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이름·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는 범죄 혐의가 △살인죄(미수범 포함) △약취·유인·인신매매 △강간 상해·치상·살인·치사 등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강도 강간·상해·치상·살인·치사 △조직폭력 단체 구성·활동 등 특정강력범죄 사건인지를 검토해 결정한다.
여기에 해당하면, 추가로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를 다시 따진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 알권리 보장·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면서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만 19세 미만)이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A 씨에게 성폭행당한 B 씨는 지난 15일 새벽 시간 건물에서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씨가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B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를 당일 오전 1시 30분에서 오전 3시 49분 사이로 보고 있다. 오전 1시 30분은 A씨가 B씨를 부축해 해당 건물에 들어간 시각이며 오전 3시 49분은 B씨가 피를 흘린 채 건물 인근 길에서 행인에게 발견된 시점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행인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출혈이 심했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호흡과 맥박이 미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B 씨가 추락 후 머리 코와 입에서 피를 흘렸지만 A 씨가 긴급하게 구호 요청을 했다면 소중한 목숨을 살릴 가능성도 있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경찰은 일단 A씨 진술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됐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A 씨에 대한 신상 공개가 불가능한 것일까.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경닷컴에 "인천 준강간치사사건 피의자 신상 공개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승 위원은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은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이다"라며 "성폭력 범죄에 준강간 포함(제2조 제1항 제3호) 죄명만으로도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신상 공개 대상이 안 된다는 의견은 특강법만 고려할 때 맞는 의견이다"라며 "신상 공개는 경찰의 독단적 의견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국민의 공분이 있는 사건은 반드시 신상 공개 위원회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강법을 적용해서 신상 공개가 어렵다면 성폭법 적용을 통해서 가능성 유무를 타진하는 게 맞다"라면서 "성폭법 신상 공개 대상 범죄는 성폭력 범죄면 되는 것이며 성폭력 범죄엔 '준강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승 위원은 "피의자도 준강간 혐의는 인정하고 있고, 구속영장도 발부되어 법원에서도 범죄가 소명된 것으로 판단했으니 증거도 충분하다"면서 "그래야 국민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