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만 목적이면 윤리적으로 문제…부작용 잘 숙지해야"
생활비 부담 커지자 임상 시험 알바 경쟁도 치열
"OO사 임상 모집 광고를 봤는데 사례비가 얼마인지 궁금합니다.

"
지난달 14일 한 포털사이트에 국내 제약회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사례비를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수백 명이 조회한 이 게시글에는 '대학생이면 학기 등록금, 아니라면 한 달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답변이 달렸다.

15일 병원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2∼3일만 참여하면 되는 임상시험이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에 생활비 지출 부담이 커진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이 몰리고 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금전 목적으로만 지원하거나 부작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원하는 사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동성 시험은 특허 기간이 끝난 의약품을 복제해 판매하고자 할 때 원본이 되는 약과 복제약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인체 실험이고 임상시험은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때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하는 실험이다.

지난달 7일 만들어진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 관련 포털 카페는 회원 수가 개설 한 달여 만에 900명을 넘겼다.

14일까지 이 카페에는 임상·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 후기나 정보 등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750여개 올라왔다.

몇몇 회원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려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 회원이 남긴 "생활고 때문에 생동성, 임상 모두 찾아보고 있다"는 게시글에는 "대부분 생활고가 원인"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회원은 "돈이 필요해서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이걸 (주변에) 말하니 불쾌한 눈으로 바라본다"고 썼다.

부모에게 비밀로 하라고 조언하는 게시글이나, 주변에 말하기가 눈치 보인다며 걱정하는 글들도 많았다.

취준생들이나 직장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도 임상 시험이나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관한 글들이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매혈'과 비슷하다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자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시험 참여자들이 시험 약물 부작용을 잘 숙지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고, 금전만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과거 매혈 문제처럼 윤리적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6월 식약처 규정이 개정되면서 종전 3개월 간격으로 참여할 수 있던 임상·생동성 실험 참여 간격이 6개월로 늘어나기도 했다.

임상시험 지원 전문기관인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도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 임상시험으로 인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인지 ▲ 임상시험 참여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 ▲ 사람을 대상으로 사전에 필요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됐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