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방식이 크게 달라진 부처의 업무보고에 공직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차관을 비롯해 부처 핵심 간부가 상당수 참석했던 과거와 달리 장관이 사실상 대통령과 독대해 보고하게 되면서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서 어떤 토론과 지시가 이뤄졌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바뀐 업무보고 방식에 대한 평가는 일단 나쁘지 않다. 보고 단계가 간소화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다양한 현안을 숙지해야 하는 장관 입장에선 업무보고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

“깊이 있는 현안 토론 가능” 호평

업무보고는 해당 부처가 한 해 동안 집행할 주요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다. 현재까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곳이 완료됐다. 나머지 부처들도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업무보고에선 참석자를 장관 한 명으로 제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고 때는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 이재명 부대변인이 배석했다.

업무보고는 대통령 집무실의 원탁테이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부처별로 회의 분위기가 달랐다. 기재부 업무보고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김 실장과 최 수석이 보고자로 들어온 추 부총리와 기재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가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 윤 대통령이 중간에 질문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당초 예정된 보고 시간(1시간)보다 30분가량 더 진행됐지만, 윤 대통령 외 김 실장만 간간이 추 부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최 수석은 제대로 질문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뒤 진행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이영 중기부 장관의 보고 때는 김 실장과 최 수석, 강인선 대변인이 대통령과 함께했다. 산업부 공무원 출신인 이 장관은 대선 당시부터 윤 후보의 산업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마치 과외를 하듯 자연스럽게 현안을 설명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사전 보고 내용 외 부처가 별도로 준비한 정책 대안을 현장에서 따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그중 한 정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며 배석한 최 수석에게 “잘 챙겨보라”고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장관들은 “사실상 압박 면접”

윤 대통령은 사전에 꼼꼼히 자료를 읽어본 뒤 회의장에 들어와 펜을 들고 메모하면서 보고를 들었다. 평소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선 참모, 지인들과 회의 전 대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나온 대통령 지시 사항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쳤다. 업무보고를 준비한 관료들은 “대통령과 장관이 현안을 놓고 긴밀하게 직접 소통할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관들은 “사실상의 압박 면접”이라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압박 면접이나 적대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집중력이 요구되는 밀도 있는 토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영 장관은 “준비 과정은 다소 힘들었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른 사안 등에 대해 중기부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업무보고 방식 개편은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보고를 통해 장관의 업무 이해도와 조직 장악력을 판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이런 대면 보고를 통해 장관의 업무 능력 등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향후 개각과 대통령실 인선 등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도병욱/이지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