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회화 거장 김환기가 1971년 뉴욕 시절 그린 푸른 점화 대작 ‘우주’. 재미동포 의사이자 후원자였던 김마태 씨가 고인한테서 사들여 40년 이상 소장해오다 2019년 경매에 출품했다.  S2A 제공
추상회화 거장 김환기가 1971년 뉴욕 시절 그린 푸른 점화 대작 ‘우주’. 재미동포 의사이자 후원자였던 김마태 씨가 고인한테서 사들여 40년 이상 소장해오다 2019년 경매에 출품했다. S2A 제공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5000만원에 팔리며 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쓴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Universe)’. 하지만 이후 행방은 베일에 싸였다. 누가 ‘우주’를 손에 넣었는지, ‘우주’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는 국내 미술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 비밀이 3년 만에 풀렸다. 낙찰받은 사람은 섬유업체 글로벌세아그룹을 이끄는 김웅기 회장(71·사진)이고, 작품은 서울에 있었다. 글로벌세아는 12일 “서울 대치동 본사 사옥에 갤러리 S2A를 개관한다”며 “소장하고 있는 김환기의 ‘우주’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주는 김환기의 전성기 작품이자 최대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원제는 ‘05-Ⅳ-71 #200’으로 가로 127㎝, 세로 254㎝의 푸른색 전면 점화 두 점이 한 세트다. 두 개의 동심원이 별무리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여사는 ‘너와 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돼 8800만홍콩달러, 당시 환율로 약 13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시작가는 60억원으로 10분 넘는 경합 끝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한국 미술품이 100억원 이상에 거래된 첫 사례였다.

글로벌세아그룹은 1986년 김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의류기업이다. 연간 7억 장이 넘는 옷을 생산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체인에 판매한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아이티 등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13일 개관하는 S2A는 글로벌세아의 첫 갤러리다. S2A 측은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을 미술 애호가들에게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국내외의 젊고 유망한 작가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2A는 첫 전시로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를 택했다.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 총 40여 점이 출품된다. 미술관 개인전을 제외하면 국내 구사마 야요이 기획전 중 최대 규모다. 이 중에는 국내 옥션에서 54억5000만원에 낙찰된 ‘호박(Pumpkin)’도 포함됐다.

S2A 측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김웅기 회장의 첫 컬렉션이었다”며 “김환기의 ‘우주’도 곧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