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작가가 자신의 1960년대 작품 ‘오지’를 바라보고 있다.  갤러리현대 제공
이승택 작가가 자신의 1960년대 작품 ‘오지’를 바라보고 있다. 갤러리현대 제공
상업 화랑들은 대체로 조각 등 조형 작품보다 회화를 선호한다. 조형 작품은 전시하는 데 비용과 품이 많이 드는 데다 찾는 고객이 적어 그림보다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 화랑가에서 줄지어 열리고 있는 조형예술 전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PKM갤러리가 연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55)의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가 대표적이다. 엘리아슨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 설치된 ‘Overdeeping’ 등 각종 공공미술 작품으로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다. 국내 개인전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노란색 정다면체 구조물과 LED조명으로 구성된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이다. 관람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빛깔이 특징이다. 색유리로 만든 조형 작품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 유리 재질의 구(球)들로 지구의 자전을 시각화한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등도 인상적이다. 수채물감으로 은은한 색의 원들을 그려 색채의 조화를 탐구한 ‘워터컬러 페인팅’ 연작도 나왔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는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승택(90)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조각처럼 붙이거나 깎아내는 대신 ‘묶어서’ 작품을 만든다. 철사나 노끈으로 돌과 도자기 등을 묶어 천장에 매달거나, 딱딱한 사물에 홈을 판 뒤 끈으로 묶어 대상이 물렁물렁해진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오랫동안 “이게 무슨 조각이냐”는 혹평을 받았지만 2009년 78세의 나이로 백남준아트센터 미술상을 받으며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내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아방가르드 : 실험 미술 1960~1970’ 전시에도 주요 작가로 참여한다. 전시장에서는 노끈으로 캔버스나 도자기를 묶는 등 노끈을 활용한 작품, 철사로 돌을 묶은 ‘고드랫돌’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현대화랑에서는 ‘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문미애’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환기(1913~1974)와 그가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 아꼈던 조각가 한용진(1934~2019)과 화가 문미애(1937~2004) 부부의 작품을 함께 펼친 전시다. 돌에 최소한의 손질만 가해 재료가 본래 지닌 매력을 극대화한 한용진의 조각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김환기의 점화 작품과 문미애의 자유분방한 추상화가 조화를 이룬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