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가 울음으로 인간에게 말하려는 것은…다큐 '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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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가 제작한 동물 다큐멘터리
비스듬히 드러누운 돼지 한 마리가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낮잠을 자나 싶지만 곧 주먹만 한 새끼돼지들이 우리 밖으로 튀어나온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새끼돼지들이 엄마 젖을 열심히 빤다.
다큐멘터리 '군다'는 돼지우리 안팎의 이런 풍경을 10분가량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맹수들의 재빠른 동작을 정밀 포착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거나, 돌고래나 판다처럼 어디서나 환영받는 동물들의 귀여움을 강조하지 않는다.
철저히 동물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는 이들의 시선과 동작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인다.
자막과 내레이션 대신 숨소리와 울음소리가 동물들 행동과 감정을 설명한다.
오늘날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돼지를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홍빛 귀여움으로 포장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큐 속 새끼돼지들은 그늘진 우리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력을 다해 젖을 빤다.
조금 더 성장하면 어미와 함께 들판에 나가 풀을 뜯거나 저들끼리 장난을 친다.
들판에서도 젖먹이에 시달리는 어미돼지 '군다'는 썩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끼들과 함께 매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에서 일상을 꾸리며 생존하는 방법을 묵묵히 가르친다.
영화는 군다 가족을 중심으로 닭과 소 등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가축들이 농장 안팎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기록한다.
자세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이유는 그동안 인간이 이들의 삶을 너무나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조심스레 한 발씩 내디디며 나아가는 닭의 모습은 가축의 몸도 인간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다큐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비자연 개체는 적재함이 달린 트랙터다.
동물 눈높이에서 바라본 트랙터는 바퀴 하나로 시야를 꽉 채우는 위협적 존재다.
트랙터가 새끼돼지들을 싣고 떠난 뒤 군다는 우리 밖으로 나와 한참 동안 방황하며 운다.
러시아 출신 다큐멘터리스트 빅토르 코사코프스키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돼지가 요리로 식탁에 오른 걸 보고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 대해 "흑백은 주인공들의 외형보다는 그 안의 영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14일 개봉. 93분.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낮잠을 자나 싶지만 곧 주먹만 한 새끼돼지들이 우리 밖으로 튀어나온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새끼돼지들이 엄마 젖을 열심히 빤다.
다큐멘터리 '군다'는 돼지우리 안팎의 이런 풍경을 10분가량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맹수들의 재빠른 동작을 정밀 포착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거나, 돌고래나 판다처럼 어디서나 환영받는 동물들의 귀여움을 강조하지 않는다.
철저히 동물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는 이들의 시선과 동작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인다.
자막과 내레이션 대신 숨소리와 울음소리가 동물들 행동과 감정을 설명한다.

분홍빛 귀여움으로 포장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큐 속 새끼돼지들은 그늘진 우리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력을 다해 젖을 빤다.
조금 더 성장하면 어미와 함께 들판에 나가 풀을 뜯거나 저들끼리 장난을 친다.
들판에서도 젖먹이에 시달리는 어미돼지 '군다'는 썩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끼들과 함께 매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에서 일상을 꾸리며 생존하는 방법을 묵묵히 가르친다.

자세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이유는 그동안 인간이 이들의 삶을 너무나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조심스레 한 발씩 내디디며 나아가는 닭의 모습은 가축의 몸도 인간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다큐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비자연 개체는 적재함이 달린 트랙터다.
동물 눈높이에서 바라본 트랙터는 바퀴 하나로 시야를 꽉 채우는 위협적 존재다.
트랙터가 새끼돼지들을 싣고 떠난 뒤 군다는 우리 밖으로 나와 한참 동안 방황하며 운다.

그는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 대해 "흑백은 주인공들의 외형보다는 그 안의 영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14일 개봉. 93분.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