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첼로 위치가 가른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장 출입이 잦아지면 차츰 무대 위 악기들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부터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금관악기와 가슴을 울리는 타악기까지…. 각각의 악기가 내는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고, 다른 악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저번 연주 때 바이올린과 마주 보고 앉았던 첼로가 오늘은 바이올린 바로 옆에 자리잡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는 타악기가 무대 뒤편에 있었는데, 지금은 오른쪽에 배치됐다. 그래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누가, 어떤 원칙으로 정하는 걸까.’

악기 배치는 오케스트라의 전통이나 곡의 종류, 지휘자의 의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악기를 어디에 앉히느냐에 따라 많게는 100개 넘는 악기가 빚어내는 화음의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배치는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볼 때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 순으로 앉히는 방식이다. 고음을 왼쪽에, 저음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구조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나란히 앉아 있기 때문에 바이올린 그룹이 내는 고음을 한군데에 모아 화려한 선율을 강조할 수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선호해 ‘미국식 배치’로도 불린다.

‘유럽식 배치’도 있다. 독일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무대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첼로-비올라-제2바이올린’ 순으로 앉힌다. 고음의 바이올린 소리에 첼로 등 다른 현악기가 종종 묻히는 미국식 배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마주 보고 앉기 때문에 두 그룹이 대화를 나누듯 주고받는 연주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차이콥스키의 ‘비창’ 4악장에선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내려가는 음을 하나씩 주고받는 것처럼 연주하는데, 이 같은 곡을 연주할 땐 유럽식 배치로 앉으면 더 극적인 음향효과를 줄 수 있다.

이 밖에 미국식과 유럽식의 장점을 결합해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첼로-비올라’ 순으로 배치하는 ‘절충식 배치’도 있다. 작곡가나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무대 가장 뒤쪽에 앉기도 하고, 현악기 사이에 목관악기가 앉는 등 다양한 배치가 가능하다. 예컨대 지난 5월 한경arte필하모닉의 ‘코레아의 신부’ 공연에선 파격적으로 합창석 양쪽 위 객석에 호른, 플루트, 오보에, 트럼펫 등 관악기와 타악기를 배치했다. 입체적인 음향 효과를 내고 극적인 공간감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