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선수별 모임·의총 연쇄 개최 '분수령'…'李 직무정지·권성동 대행 체제' 추인 주목
나경원 "李미래 지키려면 윤리위 존중" 유승민 "조폭 같은 윤리위·윤핵관" 갑론을박
의총서 '李 자진사퇴론' 분출 여부 관심…거취 따라 차기 당권경쟁 조기 촉발 전망
'포스트 이준석' 체제?…與, 초유의 '대표 징계사태' 수습 기로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로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수습 절차에 돌입했다.

이 대표 징계 이후의 지도부 구성 논의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여권 내부의 혼란상 추이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 전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일 초선·재선·중진 등 릴레이 선수별 모임에 이어 오후에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한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일단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사태에 따른 직무 정지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당헌·당규의 해석에서부터 이견이 빚어지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이 대표 측은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당규를 들어 아직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 권한은 당 대표에 있다는 점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리위 결정 즉시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된 것으로 보고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직접 주재할 방침이다.

일단 당 사무처가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다는 해석을 내린데다 지난 9일 최고위 간담회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의 직무 대행 체제가 사실상 추인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이에 더해 의총 등에서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불거질지도 주요 관심거리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현재 이 대표가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간인 6개월이 지난 다음 복귀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포스트 이준석' 체제?…與, 초유의 '대표 징계사태' 수습 기로
주말 사이 당내에서는 갖가지 의견이 분출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해법으로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 차원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자진사퇴론'이 수면 위로 표출된 상태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했다.

전현직 지도부 출신 인사들도 가세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SNS에서 "윤리위 결정은 당의 공식기구의 결정"이라며 "당원이라면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 의무로, 당대표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억울한 점이 있다면 당원권 정지 기간에 이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일단 윤리위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 본인의 미래를 지키는 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시라"고 조언하면서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고 덧붙였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윤리위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싸잡아 '조폭'에 비유하며 이 대표 '옹호'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대구에서 연 북콘서트 후 기자들과 만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윤리위가 의혹만 가지고 중징계를 내렸다"며 "지금 윤리위나 윤핵관들은 조폭 같다"고 직격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SNS에서 "윤리위, 공심위 등 당내 기구의 의사가 그 기관의 의사를 넘어 당의 의사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며 윤리위의 의결·통보를 징계 발표 시점으로 보는 당내 일각의 해석에 이견을 제시했다.

이어 "개인적 욕심이나 파당적 의식으로 섣부른 언행을 하면, 그것이 새로운 논란과 갈등을 야기해 당을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수습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연일 파열음을 표출하는 이 대표와 윤핵관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혼란상을 틈타 차기 당권 쟁탈전 양상을 보이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대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나온 직후부터 사퇴론을 일축하는 한편 윤리위 재심 청구·법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윤리위 징계 결정 이후 잠행하며 주말 동안 장고에 들어간 그가 지난 9일 소셜미디어(SNS)에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가인 '바람의 빛깔' 번안곡 유튜브 링크를 공유한 것을 두고도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포스트 이준석' 체제?…與, 초유의 '대표 징계사태' 수습 기로
이 대표가 '버티기'를 이어갈 경우 그간 이 대표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온 친윤(親尹) 그룹을 중심으로 자진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고립 작전'이 본격 가동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당내에선 '반(反) 이준석' 전선 구축을 위한 합종연횡 조짐이 읽힌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이 오는 12일 개최하는 토론모임에 김기현 의원이 참석하고, 하루 뒤인 13일 열리는 김기현 의원 주도의 공부모임에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또 주말인 9일 코로나19로 중단했던 1천100여명 규모의 지역 외곽조직 '여원산악회' 행사를 2년 7개월 만에 열고 이를 SNS를 통해 공개했는데, 이는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직후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가 분출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의 거취는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와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임시 전대 및 조기 전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 새 지도부 선출 방안을 놓고 차기 당권 주자들이 각기 유불리에 따른 주판알을 튕기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 논의가 의총 등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는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반대편에서 나온다.
'포스트 이준석' 체제?…與, 초유의 '대표 징계사태' 수습 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