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퇴임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당내 불신임 투표까지 당했던 그는 성 비위를 알고도 측근을 요직에 앉힌 것이 탄로나자 또다시 거짓말을 일삼으며 위기를 모면하려다 50여 명의 장·차관이 집단 사의를 표명하는 초유의 저항 사태에 부딪혀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외신은 존슨 총리를 무너뜨린 것은 ‘끊임없는 본능적 거짓말’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측근 인사 문제에 대해 그는 “몰랐다” “보고는 받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는 식의 속이 빤히 보이는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 코로나 시기 공관에서 방역 수칙을 어겨가며 수차례 술판을 벌인 ‘파티 게이트’ 때도 거짓 해명을 이어가다가 급기야는 파티가 아니라 업무상 모임으로 생각했고, 규정 위반이라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거짓말은 늘 새끼를 쳐 간다’고 하듯 그의 거짓말 본능은 일찌감치 싹텄다. 대학 졸업 후 기자 시절에는 기사 내 인용을 조작해 해고당했고, 야당 대변인 시절에는 여기자와 불륜에 빠졌다가 당 대표에게 거짓말을 해 해임당한 전력이 있다.

존슨 총리는 사의 표명 과정에서도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당 대표직은 바로 물러나지만, 총리직은 가을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고 해 당 안팎으로부터 “당장 물러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그가 자리에 연연하는 배경엔 부인과 지방관저에서 결혼파티를 열어야 하는 개인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퇴임 기자회견에서는 책임지는 자세는커녕 “보수당 의원들의 군중(herd)심리가 나를 몰아냈다”고 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존슨 총리의 허세와 경박한 언행, 편 가르기 정치(dog-whistle politics)를 꼬집으며 “그럴싸한 언변보다는 책임을 우선시하는 새 지도자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지는 “그의 거짓말이 처음에는 개인에게만 피해를 줬으나, 나중에는 정당·정부에까지 해를 가했다”며 “태평스럽게 법을 위반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존슨 총리의 정치 인생과 몰락 과정을 보면서 진실을 외면하거나 가리려는 정치인들의 몸부림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진실 앞에선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