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어제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여러 측면에서 꽤나 신선했다. 당정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재정 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부터 정곡을 찔렀다. 5년 전 문재인 정부 첫 재정전략회의 때 대통령이 ‘큰 정부론’을 역설한 게 국고 부실로 이어진 장면과 대비됐다. “그 탄탄했던 재정이 이제 국가신인도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됐다”는 대통령의 진단은 적절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공공부문을 고강도 구조개혁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키운다.

재정 관련 발언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재계와 학계의 민간 전문가 9명을 초대한 대목이다. 초청받은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하정우 네이버 연구소장 등은 초격차 전략, 국가 연구개발(R&D), 중소·벤처기업 혁신 등을 주제로 활발히 의견을 개진했다. 산학협력·사회복지·교육 전문가도 참석해 성장동력 회복, 성장·복지 선순환, 미래 인재 양성 및 문화 융성 방안을 놓고 토론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연례행사로 도입된 이래 민간인 전문가가 이처럼 대거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대로 ‘민간중심 역동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해줄 만하다.

문 정부 때 청와대 영빈관을 선택한 것과 달리 충북대로 내려가 회의를 연 것도 적잖은 메시지를 던졌다.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이 새 정부의 핵심 아젠다”라는 게 대통령 설명이다. 이제 중요한 건 의지와 실행력이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천명한 대로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 발굴 및 인재 양성에 과감한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 R&D 예타 대상 사업 규모 확대나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같은 민간 요청에도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대통령은 병사 봉급 인상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재정 여건상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이익집단의 거센 저항에도 대처해야 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등 1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5년 나라 살림살이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에서의 ‘건전 재정’ 다짐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