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원 재활용 넘어서는 '순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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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수출 이젠 못해
제품 개발부터 재활용 고려를
환경 부담 줄이는 절박함 필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제품 개발부터 재활용 고려를
환경 부담 줄이는 절박함 필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정유·화학 기업들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재활용이 아니다. 폐플라스틱을 높은 온도에서 열분해해 ‘열분해유’로 변환하는 화학적 재활용이다. 새로운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나프타를 생산하는 ‘도시 유전(油田)’을 세우는 것이다.
상당한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연간 2만t의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려면 무려 2000억원이 필요하다.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20세기 인류 문명을 화려하고, 풍성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은 합성 플라스틱이었다. 합성 플라스틱 덕분에 목재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 합성 플라스틱이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지구 생태계가 폐플라스틱 때문에 신음하고 있고,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폐플라스틱 섬’이 떠다닌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합성 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자연을 오염·훼손하는 것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오히려 폐플라스틱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폐기하는 우리의 잘못을 탓해야 한다. 우리가 마구 버린 플라스틱을 자연 생태계가 깨끗하게 청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기후 위기도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이 우리에게 낯선 일은 아니다. 우리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국가다. 폐지·유리와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이 핵심이다. 온 국민이 적지 않은 부담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왔다.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그만큼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전담하고 있는 환경부의 노력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민들이 애써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책임을 기술력·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들에게 떠맡겨 버렸다. 정부의 분리수거·재활용 정책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다.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이 일어난 것도 그런 현실 때문이었다. 우리가 버린 폐플라스틱 중 25%인 23만t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심지어 선진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거꾸로 수입해오기도 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부터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 협약이 크게 강화됐다.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훼손하는 폐플라스틱은 발생국에서 전량 처리해야만 한다. 비교적 쉽게 재사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이 아니라면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를 배출하는 소각은 폐플라스틱의 합리적인 처리 대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이제라도 폐플라스틱의 본격적인 화학적 재활용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우리도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천연자원 채취·활용·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절약과 재활용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친환경’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폐플라스틱의 열분해에 필요한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열분해 과정의 부생가스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자원 재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순환경제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상당한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연간 2만t의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려면 무려 2000억원이 필요하다.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20세기 인류 문명을 화려하고, 풍성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은 합성 플라스틱이었다. 합성 플라스틱 덕분에 목재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 합성 플라스틱이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지구 생태계가 폐플라스틱 때문에 신음하고 있고,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폐플라스틱 섬’이 떠다닌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합성 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자연을 오염·훼손하는 것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오히려 폐플라스틱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폐기하는 우리의 잘못을 탓해야 한다. 우리가 마구 버린 플라스틱을 자연 생태계가 깨끗하게 청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기후 위기도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이 우리에게 낯선 일은 아니다. 우리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국가다. 폐지·유리와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이 핵심이다. 온 국민이 적지 않은 부담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왔다.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그만큼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전담하고 있는 환경부의 노력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민들이 애써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책임을 기술력·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들에게 떠맡겨 버렸다. 정부의 분리수거·재활용 정책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다.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이 일어난 것도 그런 현실 때문이었다. 우리가 버린 폐플라스틱 중 25%인 23만t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심지어 선진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거꾸로 수입해오기도 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부터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 협약이 크게 강화됐다.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훼손하는 폐플라스틱은 발생국에서 전량 처리해야만 한다. 비교적 쉽게 재사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이 아니라면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를 배출하는 소각은 폐플라스틱의 합리적인 처리 대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이제라도 폐플라스틱의 본격적인 화학적 재활용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우리도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천연자원 채취·활용·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절약과 재활용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친환경’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폐플라스틱의 열분해에 필요한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열분해 과정의 부생가스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자원 재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순환경제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