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코스피지수가 한때 2300선을 밑돌았다. 증시가 당분간 반등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CPI)를 주목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6월27~7월1일)는 전주보다 61.18포인트(2.58%) 내린 2305.42에 장을 끝냈다. 지난 1일에는 장중 23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2200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0월 30일 이후 1년8개월 만이다.지난 주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95억원, 1조3428억원 팔아치운 반면 개인 홀로 1조6662억원 사들였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달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으며, 외국인은 같은달 28일부터 4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최근 미국의 물가 폭등과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단행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불거진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닥은 20.82포인트(2.77%) 하락하며 729.4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 코스닥시장에선 개인이 1조1062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81억원, 364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지난 주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1.28% 내린 31,097.26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20%, 4.13% 하락했다.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 S&P 글로벌의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7을 기록해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또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PMI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ISM의 6월 제조업 PMI는 53.0으로 집계돼 전달의 56.1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4.3을 모두 밑돌았다. 짙어진 '경기침체' 우려…반도체 업황까지 흔들증권가에선 지난 주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며 국내 증시의 낙폭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발표된 미국 6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CCI)가 98.7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100.4)를 크게 밑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졌다.게다가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수요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다. 지난 주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6%, 4.47%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 둔화로 회계연도 2022년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각 72억 달러, 1.6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망치인 각 91억4000만 달러, 2.57달러를 약 21%, 36% 밑도는 수치다.금융당국도 증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이달 4일부터 9월30일까지 석달간 증시 급락에 따른 신용융자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란 증권 회사가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담보를 140% 이상 확보하고, 증권 회사가 내규로 정한 담보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유지의무가 면제되면 증권회사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담보 유지비율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또 이달 7일부터 오는 10월6일까지 상장기업의 1일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 제한을 완화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취득신고 주식 수 전체를 주문할 수 있다. 현재는 취득신고 주식 수의 10% 제한 등이 있다. 7월 증시, 반등 쉽지 않아…관망 심리 높아져그럼에도 7월은 쉽지 않은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재차 2200선까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가 2260~2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피크아웃의 뚜렷한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 전망 하향 등 하락 요인이 남아있는 것이 증시에 부정적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되는 등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2분기 실적이 예상된다.이에 김 연구원은 "7월13일 발표되는 미국 CPI 확인 전까지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보다는 관망 심리가 높은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에이션 축소에 따른 증시 조정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면서도 "신용융자잔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하방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망세가 이어지며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일반 모델의 가격이 30만원대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이 공시지원금을 크게 올린 영향이다.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갤럭시노트20의 공시지원금(월 12만5000원 요금제 기준)을 기존 최대 48만원에서 70만5000원으로 올렸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의 갤럭시노트20 대상 최대 공시지원금은 각각 60만원, 50만원이다.공시지원금 제도는 통신사가 이용 약정의 대가로 고객에게 휴대폰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다. 고객이 SK텔레콤의 최대 공시지원금과 유통 채널의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이내)을 받으면 출고가 110만원짜리 갤럭시노트20을 3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갤럭시노트20의 공시지원금을 크게 인상하면서 갤럭시노트20의 재고 소진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에 배정된 갤럭시노트20 물량은 대리점, 유통점 막론하고 거의 바닥난 상태"라며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현재 남아있는 재고가 거의 없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갤럭시노트20 시리즈는 2020년 8월 출시됐다. 6.7형 일반 모델(출고가 110만원)과 6.9형 울트라 모델(출고가 145만2000원)로 나뉜다. 일반 모델은 6400만화소 카메라에 8GB램 6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한다. 울트라는 1억800만화소 카메라, 12GB 램, 120Hz 화면 주사율을 갖췄다. 통신사들은 앞서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공시지원금도 올렸다. 울트라 모델의 공시지원금은 KT(최대 87만원), SK텔레콤(72만5000원), LG유플러스(65만원) 순으로 많다.갤럭시노트20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마지막 갤럭시노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20 출시 이후 사실상 시리즈를 단종시켰다. 대신 갤럭시S 시리즈 최상위 모델이 S펜을 탑재해 노트 시리즈를 흡수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스택(stack) 방식이 맞을 것이라는 감은 있었지만 나 자신도 100% 확신은 못한 상태였다."삼성전자 40년 역사를 담은 사사(社史) '도전과 창조의 유산'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D램 신공정 도입을 앞두고 고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때 그의 결단은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기업을 제치고 훗날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순간이 됐다. 35년이 지난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존 기술을 뒤집는 모험을 감행해 선친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를 제압할 무기로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공정을 선제 도입해 세계 최초 3나노 초도 양산에 성공하면서다.반도체서 삼성 미래 본 이건희 회장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GAA 공정 기반 3나노 양산에 성공하자 이 회사 출신 관계자들은 과거 이 회장 시절 신공정으로 D램 독자 개발에 성공했던 일화를 회상했다.반도체를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마음 먹은 이 회장은 1983년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도시바에 기술료를 지불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하지만 기술 습득은커녕 유출을 우려한 현지 인력들이 심한 텃세에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특히 당시 반도체를 장악한 도시바, 히다치, 일본전기,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삼성전자를 대놓고 무시하며 "만약 삼성전자가 64K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비웃기까지 했다.하지만 삼성전자는 굴하지 않고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개발 인력에 국내 우수한 전자 인력까지 보강해 64K D램 개발에 고삐를 죘다. 이 회장은 "반도체는 타이밍 싸움이 중요하다"는 경영 가치를 앞세워 속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83년 12월1일, 6개월 만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성공 보고를 받은 이 회장은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현장은 삼성인들의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이 6년 만에 성공한 반도체 개발을 삼성전자는 6개월 만에 해낸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여세를 몰아 1983년 말 256K D램 개발에 착수해 7개월여 만에 제품 양산에 성공, 또 한 번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을 놀라게 만든다. 256K D램은 삼성전자 매출의 첫 효자 상품으로 등극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최고 인기 제품이 됐다.스택과 트렌치 선택의 갈림길…이건희 선택은이후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회사에 근무 중이었던 진대제 박사(이후 삼성전자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 역임)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다. 1986년에는 1M D램 개발에 성공하고 4M D램, 16M D램을 병행 개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그러다 1987년 삼성 반도체에 중요한 결정적 순간이 다가온다. 그해 4M D램 개발 경쟁이 붙었을 때 이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으로 할지, '트렌치(trench)'로 할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기존 반도체 기업들의 트렌치(밑으로 파내려 가는 기술)는 안전했지만 밑으로 파낼수록 회로가 보이지 않아 공정이 까다롭고 경제성이 떨어졌다. 스택(회로를 고층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은 작업이 쉽고 경제성이 있지만 품질 확보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수율 확보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신공정 앞에 미국과 일본 업체도 선뜻 스택을 채택하지 못했다.진대제·권오현 박사는 이 회장에게 "트렌치는 하자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지만 스택은 아파트처럼 위로 쌓기 때문에 그 속을 볼 수 있다"며 "트렌치는 검증할 수 없지만 스택은 검증이 가능하다. 이 점이 핵심 차이"라고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 회장이 고심을 거듭할 때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기존 공정인 트렌치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부 혼란은 더 커졌고 삼성전자도 트렌치를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과감히 스택 공정을 지시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결단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트렌치 방식을 사용한 일본 도시바는 생산성 저하로 D램 부문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도시바뿐 아니라 트렌치 방식을 선택한 타 업체들도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수율 하락을 경험했다. 반면 탄력을 받은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비트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강국 일본을 추월하고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에 등극하는 기적을 썼다. 반도체 사업 진출 10년 만이다.훗날 삼성전자 40년 역사를 담은 사사(社史) '도전과 창조의 유산'에서 이 전 회장은 "스택 방식이 맞을 것이라는 감은 있었지만 나 자신도 100% 확신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파운드리 기존 공정 뒤집은 'GAA로 3나노 양산' 성공이재용 부회장은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선두 업체인 TSMC의 점유율이 워낙 압도적이고 수율도 안정적인 탓에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결국 그는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파운드리에서 한 번도 도입된 적 없는 GAA 신공정을 채택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초도 양산에 성공했다.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3나노는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 특히 GAA 신공정은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의 성능 저하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기존 핀펫(FinFET) 기술에서 한 단계 진보된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현재 공정에서는 반도체 크기가 계속 작아지면서 전류 제어 한계에 봉착했다. 전류 제어 역할을 하는 게이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누설 전류가 생기면서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탓이다. 반면 GAA 구조에서는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전력 효율이 보다 개선될 수 있다. 핀펫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3개면이었지만 GAA는 모든 면에서 전류가 흐르는 구조여서 트랜지스터 사이즈가 작아진다. 궁극적으로 반도체를 더 소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는 "논문과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GAA를 삼성이 과감하게 먼저 시도를 한 것이다. 당연히 실패 가능성이 높았고 사내 반대 여론도 컸지만 기존 공정으로는 TSMC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파운드리 2위 자리를 뺏길 각오까지 하고 도전했다. 양산에 성공했으니 수율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재계 관계자는 "GAA는 TSMC도 못하고 있는 거다.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일단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에 1차 관문은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수율 확보를 위한 최첨단 장비의 신속한 도입이 2차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암(이병철 삼성 창업주)이 가전을, 이 회장이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면서 압박이 상당했을 텐데 '목숨 걸고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각오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평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