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암호화폐 기본법이 유럽연합(EU)에서 나왔다. 암호화폐의 정의부터 발행사·거래소 규제를 총망라한 법률이다. 암호화폐로 인한 리스크가 기존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암호화폐 총량 규제’ 도입을 권고하고 나섰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EU 이사회와 ‘가상자산 규제법(MiCA)’에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MiCA는 EU 27개 회원국의 암호화폐산업을 규제하는 근거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산업을 감독하려는 시도는 MiCA가 처음”이라고 했다.

MiCA는 암호화폐 발행인(개발자와 마케터 포함)의 자격과 공시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등 자본시장 규제 방식을 적용했다.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해서도 자본금 요건 등 진입 규제와 행위 규제, 건전성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EU의 금융감독원 격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거래소를 제재할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최근 루나 사태로 논란이 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발행사가 충분한 준비금을 유지해야 하며, 하루 거래량을 2억유로(약 2700억원)로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MiCA는 내년 말께 시행될 예정이다.

BCBS는 이날 은행의 암호화폐 보유량과 관련 기업 투자액을 기본 자본(tier 1)의 1%로 제한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UBS 등 세계 주요 대형 은행 13곳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 투자액은 총 29억9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였다. 이들 은행 기본자본의 0.14~1.62% 수준이다.

BIS는 지난달 23일 연례보고서에서 “은행의 예수부채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으로 쓰이면서 은행의 간접적인 익스포저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BCBS는 오는 9월 말까지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