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어제 만찬서 먼저 인사하며 첫 대면…두 정상, 관계 개선 공감대
尹 "기시다, 파트너 확신" 신뢰감 보여…현안해결 모멘텀 마련 주목
정식회담 없었지만…5번 만난 尹-기시다, 관계개선 물꼬 트나(종합)
한국과 일본 정상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연이틀 5차례 대면하면서 양국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공식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양 정상이 2차례의 소다자 회담을 포함해 여러차례 마주하고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환영 갈라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AP4 및 나토 사무총장 기념촬영,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를 통해 5차례 대면했다.

양 정상은 전날 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만찬에서 사실상 약식회동에 가까운 4분간의 조우를 통해 처음 대면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

두 정상은 한 목소리로 양국관계 개선 중요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계기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내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을 에둘러 언급하면서 선거 이후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지향적'이라는 표현으로 미뤄볼 때 한일관계 최대 난제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발언에 사의와 함께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양국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재차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과거사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양 정상은 다음 날인 이날 AP4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연속으로 머리를 맞댔다.

윤 대통령은 두 회담 사이 진행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해 "제가 받은 인상은,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를 양국 관계 발전을 함께 모색할 '파트너'로 평가하며 친근감과 신뢰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취임한 윤 대통령과 지난해 10월 일본 총리가 된 기시다 총리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통화(3월 11일), 한일정책협의단 파견(4월 24일)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계 개선을 강조해 왔지만, 나토 계기 단독 대좌할 자리는 끝내 만들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조속한 관계 개선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총리가 만찬장에서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 잠시나마 만남이 이뤄졌고,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파트너'로 평가하는 등 신뢰 회복과 현안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간 쌓은 유대를 바탕으로 양국 정부는 관계 개선 시도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실무레벨 간에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 한일 협의 모멘텀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한일 셔틀 외교도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국관계 개선에 의욕을 내비친 것과 현실은 다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사 해법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안보 협력으로만 내달릴 경우 반일 여론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기시다 총리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시 한미일 공동훈련 실시 및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조한 것을 두고 국내 반일 정서를 키워 한미일 공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