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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이제서야 나온 근로시간·임금 개편, 여전히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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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핵심으로 한 새 정부 노동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직무·성과급제 확산 등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주 단위로 경직되게 운영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고, 연공급 위주인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게 골자다. 기업 생산성과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손보겠다는 정부 방침에 공감한다.

    ‘연장근로 한 달 총량관리제’ 도입 추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노동 관련 정책 중 가장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현행 주 52시간 체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서는 한 주에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돼 있어 급하게 주문이 쏟아져도 납기를 맞추기 힘들다. 반도체업계도 연구개발(R&D) 인력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곳은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연장근로시간을 월(45시간)이나 연 단위(360시간)로 관리한다. 독일, 프랑스는 일정 기간 내 ‘주 평균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면서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 미국엔 연장근로 한도가 없다.

    직무·성과급제도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연공급제(호봉제)를 운영하는 곳은 55.5%,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선 70.5%나 된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보상은 생산성과 근로 의욕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는 고성장·장기근속이 특징이었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노동 규제 개혁 방안이 빠졌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노조의 상습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이래선 국내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해외 기업 유치도 언감생심이다. 기득권 노조의 반발과 친노 성향의 거야(巨野)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사관계 선진화는 새 정부가 명운을 걸고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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