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처럼 움직인 4개의 엔진…200t 누리호를 우주로 띄웠다
한국형 로켓 ‘누리호’(사진) 발사 성공을 이끈 핵심 요소는 ‘힘’과 ‘각’이다.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한 무게 200t의 누리호를 들어 올리는 강력한 힘, 수직으로 쏘아 올려진 뒤 점차 수평으로 궤도를 바꾸는 미세한 각도 조절은 1단 로켓에서 책임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5t급 엔진 4기를 묶은 1단 로켓으로 21일 오후 3시59분59초 누리호를 지면에서 1㎝씩 띄웠다. 누리호 발사의 핵심인 1단 로켓의 세부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누리호 1단 로켓에서 눈여겨볼 기술은 ‘클러스터링’이다. 클러스터링은 소형 엔진을 여러 기 묶어 하나의 대형 엔진처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짧은 기간에 원하는 성능의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다. 누리호가 300t급 엔진 하나 대신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사용한 이유다.

누리호는 75t급 엔진 4기를 묶은 1단에서 300t의 추력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여러 개의 엔진을 하나로 묶어 사용하는 클러스터링의 기술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4기의 엔진 중 1기라도 추력이 떨어지면 엔진 전체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리호 1단 로켓에서 75t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1단 로켓에서 75t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각 엔진이 동일한 추력을 내게 하기 위해서는 연료와 산화제를 같은 온도와 압력, 유량을 유지하며 공급해야 한다. 또 0.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점화해야 하며, 화염을 내뿜을 때도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엔진의 수평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옛소련은 165t의 추력을 내는 엔진 30개를 묶어 5000t급 발사체 N-1을 만들고자 했으나 끝내 클러스터링 제어에 실패했다.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클러스터링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화염유도로 포함 80m 높이에 1200t의 추력까지 견딜 수 있는 종합 연소시험 설비를 갖추고 누적 1만8290초에 달하는 연소시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각을 책임지는 것은 ‘짐벌링’이다. 짐벌링은 엔진이 내는 추력의 방향을 미세하게 바꿔 발사체의 진행 각도를 바꾸는 기술이다. 로켓은 대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기 위해 수직(발사각 90도)으로 발사된다. 비행을 계속하면서 발사체는 점차 자세를 낮춰 마지막엔 수평(0도)으로 날아간다. 위성을 지표면과 수평인 일정한 높이의 공전 궤도에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호 1단에 클러스터링된 4기의 엔진에는 각각 2개씩 총 8개의 짐벌 액추에이터가 달려 있다. 짐벌 액추에이터는 엔진의 추력을 로켓 진행 방향과 상하·좌우로 각각 최대 6도씩 움직일 수 있다. 이 이상 움직이면 엔진 노즐의 화염이 서로 부딪히며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내년부터 항우연은 클러스터링과 짐벌링 기술을 고도화하는 후속 사업에 들어간다. 100t급 엔진 5기를 묶어 500t의 추력을 내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