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백야 현상. 사진=REUTERS
노르웨이의 백야 현상. 사진=REUTERS
어제(6월21일)가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인 하지(夏至)였다. 서울 종로를 기준으로 일출 시간은 오전 5시 11분,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57분으로, 낮이 무려 14시간46분이나 지속됐다. 현대인들은 ‘하지’라고 하면 과거 농경시대를 떠올릴 법 하지만, 사실 하지는 굉장히 낭만적인 계절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Midsummer Night's Dream)’도 하지를 배경으로 쓰여진 이야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트래블은 하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함께 세계 각국의 풍습을 소개했다. 하지는 정확히 북반구에서만 가장 긴 날이다. 적도 이남 지역은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뉴질랜드와 같은 남반구는 앞으로 석달간 겨울이다.

남극 북극에 가까울수록, 즉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햇빛을 받는 양은 크게 차이난다. 적도에 붙어있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의 사람들은 그 차이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반대로 핀란드 헬싱키 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새벽 3시54분 일출을 보고, 낮은 거의 19시간 동안 이어진다. 심지어 밤에도 그다지 어둡지 않다. 알래스카 도시 페어뱅크스 주민들에겐 이 19시간도 우스울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은 21시간41분 동안 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여름을 알리는 하지에는 세계 곳곳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스웨덴에선 메이폴을 세우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며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풍습이 있다. 당연이 술도 함께다. 청어와 보드카를 곁들인다. 전날 소녀나 젊은 여성들은 7가지 꽃을 베개 밑에 두고 혼자 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 미래의 남편을 만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스웨덴 민족학자인 얀 외이빈드 스완은 2016년 사망하기 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 한여름 이후 9개월 뒤에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다”며 “낭만적인 의식이 풍부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하지 축제 쿠팔라 나이트. 사진=EPA
우크라이나의 하지 축제 쿠팔라 나이트. 사진=EPA
북쪽 그리스의 마을에서는도 여전히 고대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 전날밤 마을의 미혼 여성들이 소지품을 무화가 나무 밑에 놓아두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날의 마법은 물건에 예언력을 불어넣어, 미래 남편을 보는 예지몽을 꾸게 한다고 한다. 다음날 모든 여자들은 모여 물건을 번갈아 뽑고, 운을 점친다. 또한 밤 늦게 모닥불을 피우고 남녀가 섞여 불을 뛰어넘는데 세 번 뛰어넘는데 성공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 축제로 많은 커플들이 탄생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는 여름에 ‘이반 쿠팔라(Ivan Kupala)’라는 축제가 열린다. 이반 쿠팔라는 ‘목욕하는 요한’이라는 뜻으로 물과 불로 우리의 몸을 정화하는 날이다. 사람들은 숲 강 호수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뛰어넘는데 쓸데없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죄를 용서받으며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특히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불꽃에 뛰어들때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한다.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야외 요가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UPI
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야외 요가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UPI
요가의 나라 인도에서는 요가로 하지를 기념한다. 6월21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요가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타임스스퀘어에선 수백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요가를 했다.

중국의 송나라(960~1279년) 기록에 따르면 관리들은 하지에 3일간 휴가를 받았다. 여자들은 형형색색의 부채와 주머니를 서로 나눠가졌는데, 부채는 더위를 쫓고 주머니는 달콤한 냄새를 풍겨 모기를 쫓아내기 위함이었다.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 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인 모허에선 거의 17시간동안 낮을 즐길 수 있다. 새벽 3시23분이면 해가 뜬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윌트셔에 자리 잡고 있는 고대 유적 스톤헨지에서 드루이드교도들이 하지 제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EPA
20일(현지시간) 영국 윌트셔에 자리 잡고 있는 고대 유적 스톤헨지에서 드루이드교도들이 하지 제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EPA
매년 영국 스톤헨지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드루이드 교도들의 제사가 열렸다. 매년 수천명이 이곳에 모여 해돋이를 기념한다. 아서 펜드라곤 국왕은 “모든 의식은 생명력과 관계가 있으며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태양과 지구같은 신들의 결합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