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자문위 "광범위한 방안 마련할 위원회 필요"
전문가 "중립적인 인사로 위원회 구성해야"
'사개추위' 닮은 '경찰제도발전위', 해묵은 과제 어떻게 다룰까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발표한 권고문에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 설치 제안이 포함돼 역할이 주목된다.

자문위는 이날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행안부 내 경찰지휘조직 신설 등을 핵심으로 한 개선방안을 권고하면서 경찰제도에 대한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 자문위원장을 맡은 황정근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 발전을 위한 과제가 방대하고 다른 부처 또는 다른 제도와 관련된 사항이 많다"면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문위는 종료됐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논의할 대통령 소속 위원회 건의가 나온 것"이라면서 "어떤 사람으로 언제 어떻게 구성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황 변호사는 "현재의 국가경찰위원회 제도나 이런 것들이 과연 경찰의 민주적 관리 운영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앞으로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제도발전위는 참여정부 시절인 2015년 사법제도 개혁 과제를 다루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사개추위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맡았고, 국무위원 등 정부위원 11명과 변호사, 교수와 각계각층 인사 등 민간위원 9명으로 구성됐다.

'사개추위' 닮은 '경찰제도발전위', 해묵은 과제 어떻게 다룰까
행안부 자문위가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할 장기과제로 제안한 것들은 하나하나 논쟁이 될 만한 사안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자문위는 경찰제도발전위에서 ▲ 사법·행정경찰 구분 ▲ 정보경찰 기능 범위 조정 ▲ 국가경찰위 사무수행부서 행안부로 이관 ▲ 자치경찰제도 발전 ▲ 경찰대 개혁 ▲ 경찰 역량 강화(수사인력 정원 조정 등) ▲ 계급정년제 및 복수직급제 개선, 처우개선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을 명확화'하는 방안도 예시 과제로 포함됐다.

정부조직법에 '치안'이 삭제된 상태에서 행안부가 경찰 통제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 차관은 경찰 '치안'이나 '경찰' 등을 장관 사무로 추가하는 것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행 1년을 앞둔 자치경찰제 발전방안 논의나, 매 정부에서 언급되는 경찰대 개혁도 큰 이슈다.

정보경찰 기능의 범위 조정 역시 해묵은 논쟁 주제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보경찰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랜 기간 있었고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그동안 해체 대신 점진적 개혁이 이뤄져 왔다.

인력 증원 문제 또한 쉽지 않다.

경찰은 매년 정부에 6천~7천명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건 절반도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면담할 때 언급했던 복수직급제와 계급정년제, 공안 분야와 대비한 처우개선 방안 등도 언급됐는데 이 역시 실현은 불투명하다.

'사개추위' 닮은 '경찰제도발전위', 해묵은 과제 어떻게 다룰까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생기더라도 이런 주제가 모두 다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행안부 장관 지시로 구성된 자문위와 달리 대통령 직속으로 제도개선위원회가 생기고, 그곳에서 권고안이 나오면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문제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 위원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인데, 이번 행안부 자문위처럼 경찰 입장을 반영해줄 위원들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할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제대로 한다면 중립적이고 여야 따지지 않고 경찰 치안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채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발전위원회 논의 안건은 경찰의 숙원 과제인데 '경찰국' 반대 여론에 대한 물타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국회와 대법원장 추천도 받아서 중립적인 인사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