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소설 원작…다채로운 캐릭터, 폭발적 가창력으로 관객 압도

배우들 발장구에 맞춰 실제로 물이 튀는 빨래터였던 무대가 어느새 귀족들이 층층이 들어찬 4층 높이 의사당으로 변한다.

거대한 무대장치와 여왕과 귀족들의 휘황찬란한 의상에 시선이 꽂히기 무섭게 주인공 그윈플렌이 부르는 대표 넘버(곡) '그 눈을 떠'의 격정적인 음악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운다.

화려한 무대, 격정적인 노래…대극장의 맛 잘 살린 '웃는남자'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웃는남자'는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의상, 압도적 음악과 군무, 사회 비판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등을 한데 아울러 종합선물 세트를 연상케 한다.

콤프라치코스 일당이 탄 배가 풍랑에 잠길 때 우레가 치는 장면, 귀족들의 화려한 가든파티, 그윈플렌이 높이가 사람 키만 한 거대한 침대 위에서 뛰어노는 모습 등 거의 모든 장면에서 힘 있는 연출이 느껴진다.

그 가운데서도 그윈플렌이 속한 유랑극단이 재주를 부리는 곰부터 뱀여인, 식인종, 도마뱀소년, 죽마 묘기사 등 기기묘묘한 단원들을 이끌고 등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유랑극단을 이끄는 우르수스(양준모 역)가 제4의 벽을 깨고 관객들에게 "다들 입에 뭘 쓰고 있는 거야"라고 묻는 순간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영국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서커스 객석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화려한 무대, 격정적인 노래…대극장의 맛 잘 살린 '웃는남자'
'웃는남자'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귀족의 놀잇거리를 만들려던 인신매매단 때문에 입 끝이 흉측하게 찢겨 평생 귀족을 혐오하며 자랐지만 알고 보니 고귀한 출신이었던 그윈플렌, 앞을 보지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순백의 마음을 간직한 데아,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갈 곳 없던 두 사람을 거둬들여 키우는 우르수스 등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그윈플렌은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유랑극단과 부와 명예가 보장된 귀족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내적 갈등을 이어간다.

그윈플렌은 사회의 밑바닥인 광대일 때도 고귀한 공작일 때도 계속 슬픔과 좌절을 겪지만, 얼굴에 새겨진 미소 모양의 흉터 때문에 영원히 웃는 남자로 살아가야 한다.

복잡한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감정선의 빈칸은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박효신의 노래가 메운다.

데아 역의 유소리는 역에 꼭 들어맞는 청아한 음색으로, 목소리마저도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미모의 이복동생을 시기하는 앤 여왕 역을 맡은 김영주가 인간의 폐활량을 시험해보는 듯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압도한다.

'웃는남자'는 대극장 뮤지컬을 택한 관객의 기대를 조금의 모자람도 없이 모두 충족시켜주겠다는 의도로 만든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공연은 8월 22일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