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혁신 신약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사례가 20건으로 늘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한미약품은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LAPSTriple Agonist)’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6개 파이프라인, 10가지 적응증으로 20건의 희귀의약품 지정 사례를 보유하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지정받은 게 9건, EMA에서 받은 게 8건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도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 중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는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섬유증 등 3가지 적응증으로 FDA와 EMA에서 각각 지정받아 6건으로 늘었다.

FDA와 EMA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희귀의약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선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허가신청 비용을 감면해주고 같은 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10년간 독점권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이번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염증이나 섬유세포 과증식 탓에 폐 조직이 섬유화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각해질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허가받은 치료제의 효능이 떨어져 치료가 힘든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HM15211은 섬유화를 억제하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의 ‘GIP’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삼중 작용제다. 한미약품은 특발성 폐섬유증 동물 모델을 통해 이 후보물질의 항염증 및 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했다. 그동안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받은 적응증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언맷니즈·Unmet Needs)가 큰 질환 분야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으로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개발과 상용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