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하는 권양숙-김건희 여사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악수하는 권양숙-김건희 여사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KTX 열차와 미니버스 등을 타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독자 행보다.

이날 봉하마을엔 김 여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김 여사는 이들에게 두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사저로 향했다. 권 여사는 사저 현관까지 나와 웃으며 김 여사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약 1시간30분간 만났다.

김 여사는 환담에서 윤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자신과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꺼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영화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를 각색한 내용이다. 이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몸이 불편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어 “윤 대통령이 ‘권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며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茶)’를 대접했고, 노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답례로 선물했다. 강 대변인은 “두 분이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언론 공지에서 “김 여사가 작년부터 기회가 되면 권 여사를 만나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하냐”며 “작년부터 한 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뭐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