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족도 아닌데…왜 개는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칠까
개는 사람을 좋아한다. 대다수 개는 동족보다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반려견이 주인에게 보내는 사랑은 그야말로 무조건적이다. 은혜 갚은 개,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개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유다. 사람들은 개의 충성심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어려운데, 왜 개는 아예 종이 다른 동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까.

《개는 천재다》는 인간과 개가 어떻게 공존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개가 얼마나 영리해졌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 브라이언 헤어, 동료 연구원이자 저널리스트인 그의 아내 버네사 우즈가 썼다. 진화생물학계에 따르면 개는 1만2000년 전쯤 야생 늑대가 인간에게 길들여진 결과물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던 늑대들이 마을에서 나온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공생 관계가 시작됐고, 풍부한 먹이 덕분에 공격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지금의 개가 됐다는 것이다.

인간도 개와 친하게 지내는 쪽으로 진화했다. 개와 공존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개를 좋아하는 원시인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사냥을 더 잘 할 수 있었고, 개 덕분에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살면서 똑똑해졌다. 인간이 손으로 먹이가 든 컵을 가리키며 “찾아”라고 말하면 개는 바로 알아듣고 먹이를 찾아낸다. 방향을 가리킨다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자신의 위치에서는 보이지만 상대방이 있는 곳에서는 장애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장난감과 장난감이 아닌 물건을 구분할 줄도 안다. 원숭이, 침팬지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도 못 하는 일이다.

저자들은 “모든 개는 천재다. 자기 자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다. 그들을 사랑하는 건 해볼 만한 장사다”고 말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