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부리찌르레기 강릉 도심공원서 육추…4형제 무사히 이소
[유형재의 새록새록] "꽹과리 소리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길"
붉은부리찌르레기 부부는 매년 강원 강릉의 한 도심공원에 둥지를 튼다.

올해도 공원 벚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고 열심히 새끼를 키워 4형제를 최근 무사히 이소시켰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국내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나그네새다.

그동안 은빛찌르레기, 비단찌르레기로 불리다 정식 이름도 최근에야 붙여졌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관찰되기 시작해 정확한 생태연구도 부족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경기, 부산, 제주도에서 번식이 확인된 희귀조인데 강릉에서도 몇 해 전부터 개체 수가 부쩍 늘고 번식지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꽹과리 소리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길"
붉은부리찌르레기 부부는 몇 해 전부터 이곳 둥지를 사용했다.

지난 4월 말 이곳에 집을 마련한 부부는 알을 낳고 부화한 뒤 새끼의 크기에 따라 맞춤형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나르며 뒷바라지 끝에 6월 초 세상으로 나갔다.

둥지 밖은 알에서 깐 새끼를 키우는 육추 기간 주말과 휴일이면 징과 꽹과리, 피리가 울리는 농악놀이 공연장으로 변하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미는 둥지를 들어가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밖에서 주위를 맴돌며 안타까움에 서성이기도 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꽹과리 소리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길"
부모는 새끼가 자라 몸집이 커지자 각종 벌레와 곤충, 열매, 개구리까지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 날랐다.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새끼 배설물을 물고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미들이 둥지 건너편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라도 쉬려 하면 새끼들은 소리를 지르며 먹이를 재촉했다.

또 조류계 조폭으로 불리는 까치는 물론 직박구리와 참새 등이 둥지 주변을 기웃거릴 때면 경계음을 내거나 공격하는 등 모성 본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꽹과리 소리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길"
이소할 정도가 된 새끼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둥지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밀면 밖에서 지켜보던 어미는 급한 경계음을 내며 새끼들을 지켜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란 4형제는 이달 초 무사히 둥지를 벗어나 무사히 세상을 향해 나갔다.

둥지 밖 세상으로 나간 새끼는 부모가 물어다 준 먹이가 아닌 직접 먹잇감을 구하고 생태계 상위층의 공격을 견디며 험난한 세상과 마주하는 녹록지 않은 삶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을 견딘 붉은부리찌르레기 부부가 내년에도 다시 강릉에서 후세를 키워내기를 기대해 본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꽹과리 소리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