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한해가 달랑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MB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두 해째를 넘기려 하고, 규제완화와 강화라는 틀 속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거듭했던 부동산시장은 일부지역 분양시장을 제외하곤 숨고르기가 한창이다.

가을은 전통적으로 매매나 전세시장에 있어 최고의 수요가 발생되는 황금기이지만 DTI 규제라는 복병을 만나 전세시장만 강세를 보일 뿐 매매시장은 전혀 맥을 못추고 있다. 겨울 학군 수요가 있다지만 이는 일부 지역 일부 수요에 불과해 부동산시장을 전반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기에는 다소 미흡하다.

가을을 지나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도 찬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더불어 투자자로서나 내 집 마련 실수요자로서의 주택 구매심리가 잔뜩 위축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주택을 매입하자니 가격이 더 떨어질까 염려되고 좀 더 기다려보자니 가격이 더 올라 다시 한번 타이밍을 놓쳐 후회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인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조차 헤아릴 수 없고 전망을 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들도 제각각이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요,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마냥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런 때일수록 지난 과거를 새삼 돌이켜 생각해보고 투자지침으로 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물론 독자들 역시 이미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규제 완화(국민의 정부) - 규제 강화(참여정부) - 규제 완화(MB정부)로 이어지는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지는 부동산시장의 굴곡을 지켜봤거나 몸소 체험한 바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때 규제 완화는 외환위기 이후 급랭한 부동산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부동산관련 규제를 대거 풀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라는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특정 부류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부동산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점이다.

시장 회복이 불투명했던 때라 매매보다는 전세를 더 선호하게 됨에 따라 전세가가 급등해 외환위기 말(2000년~2001년)경에는 지역에 따라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에 이를 때도 있었다. 어떤 이는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려주거나 심지어 전세대출을 이용해서라도 전세 재계약을 했던 반면 어떤 이는 전세대출을 할 바에 차라리 대출규모를 더 늘려 주택을 구입한 이도 있었다.

당시 어떤 식으로든 주택을 구입한 이는 자산가치가 두배 세배 이상 뛰었지만 전세보증금을 올려준 이는 아직도 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이들이 성공했을까? 독자들은 이들 중 어느 부류에 속할까?

참여정부 들어서는 국민의 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책이 펼쳐졌다. 외환위기 돌파를 위한 경기부양책은 물론 그간 규제돼왔던 모든 부동산 정책들이 대거 해제되거나 완화됐던 탓에 부동산가격(매매, 전세)이 급등해 투기열풍이 불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이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물론 주택을 투자의 수단으로 여기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했다. 참여정부 초기 5.23대책을 필두로 10.29대책(2003년), 8.31대책(2005년), 3.30대책, 11.15대책(이상 2006년), 1.11대책(2007년)에 이르기까지 주구장창 급등한 부동산가격을 잡기위한 규제정책이 발표되고 속속 시행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임대주택단지 10개지구 개발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판교 및 동탄신도시 조기개발, 김포ㆍ파주신도시 확정, 기업ㆍ혁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주택공급계획들이 발표됐다. 주택공급과 규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이 정점을 이루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치솟는 부동산가격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참여자들의 의사는 극명하게 갈렸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믿고 매수를 미뤘던 쪽과 현실에 순응해 투자하거나 내 집 마련에 적극 나섰던 쪽. 과연 어떤 이들이 성공했을까? 독자들은 이들 중 어느 부류에 속하고 어떤 경험을 했을까?

MB정부 들어서도 접근 방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뒤집을 정도로 규제 완화에 올인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도래한 금융위기 탓에 오히려 낙폭만 심화됐다. 장기간 지속돼온 경기침체에 금융위기마저 겹쳐 10여년 전의 외환위기보다 더한 위기라는 말들이 나돌았고 이제야말로 부동산 투자는 끝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결과는 또 미루자는 쪽이 패했다. 대다수 지역이 금융위기 때 빠졌던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가격이 회복했거나 회복 중에 있기 때문이다.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반년이 채 안돼 상황이 역전되었다.

물론 최근 DTI 규제라는 복병이 나타나 부동산시장이 다시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고, 중ㆍ장기 투자를 고려했다면 아직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가름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직 계산된 계획적인 투자가 진행 중인 셈이다.

여하튼 지금 중요한 것은 DTI 규제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일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이 시점에 우리는 또 하나의 투자 이력(履歷)을 쌓기 위한 중차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이 상태가 지속되어 부동산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해가 바뀌고 겨울이 지나 만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듯 얼었던 부동산시장에도 다시금 훈풍이 불어올지 말이다.

전자의 입장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볼 것이고 후자의 입장이라면 지금 당장 내질러볼 일이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조언컨대 반문을 해보자. 과거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가? 어떤 지역과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실행했는가, 아니면 마냥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쳐 신세 한탄만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는가? 하고 말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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