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1200만원의 값비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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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 투자에 있어 불변의 원칙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은? 정답은 바로 현장조사! 필자도 경매실무교육을 하면서 늘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현장조사의 중요성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된다.
현장답사를 통해 물건상태와 주변환경은 물론이려니와 거래시세를 조사하고, 개발호재가 있는 경우 그 개발범위내 포함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되는데, 이 모두가 입찰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 특히 시간에 쫓기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경매정보를 일종의 현장조사 대용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바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지방법원(경매8계)에서 성북구 동선동에 소재한 지하층 연립 23평형이 경매에 부쳐진 적이 있다. 감정평가액이 1억2천만원이고, 최저매각가도 1억2천만원으로 이날 처음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다. 결론적으로 이 물건은 서울에 거주하는 ‘J’씨에게 1억3천만원에 낙찰되었으나, ‘J’씨는 매각허가결정기일인 6월 8일에 이르러 부랴부랴 매각불허가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불허가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J’씨는 매각대금납부기한인 7월 7일까지 대금납부를 하지 않아 보증금 1200만원을 몰수당했다.
요즘 같은 경매과열 분위기에서 낙찰받기도 쉽지 않은데 왜 ‘J’씨는 보증금 12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을까? ‘J’씨로부터 직접 들은 사정은 이렇다.
강북지역의 재개발구역을 위주로 경매물건을 검색하던 ‘J’씨는 문제의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지하층 연립 23평형을 발견하였다. 감정가 1억2천만원에 처음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지만 대지지분이 24.11평으로 주택평형보다 더 넓은 것도 매력이거니와 더욱 구미를 당기는 것은 이 물건이 소재한 일대 지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재개발구역 해당 여부는 이전에 입수한 2010년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2004년 6월) 자료에 구역별로 표기된 도면을 보고 판단하였다. 재개발구역 경계가 다소 불명확했지만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신을 가졌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대지의 가격은 어림잡아도 평당 1천만원. 대지지분이 24.11평으로 대지가격만 2억4천만원이 넘는다. 평당 7백만원으로 가치를 최소화 하더라도 약 1억7천만원 정도이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5천만원이 저평가된 물건이다.
경매정보상 권리관계가 비교적 깨끗하였고, 임대차관계도 문제가 없었다. 앞뒤 잴 것도 없이 현장답사도 않고 무조건 입찰하기로 결심하였다. 최소한 1억5천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자금조달이 가능한 1억3천만원만 적어내기로 하였다. 떨어지면 아쉽지만 낙찰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개찰 결과 ‘J’씨에게 1억3천만원에 낙찰되었다. 그것도 단독으로! 위와 같은 매력덩어리의 물건이라면 못해도 10명 이상은 입찰경쟁이 붙을 것이고, 최고가입찰가격도 1억5천 이상은 넘어갈 것인데 1억3천만원에 단독입찰이라니! 어찌된 영문인가? ‘J’씨는 낙찰을 받고도 뭔가가 찜찜하였다. 대박이라는 생각보다는 불길한 생각이 앞섰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음날 지체 없이 물건현장으로 달려가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쑤시고 다니면서 개발범위내 포함 여부 및 시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아뿔싸! 부동산중개사무소마다 내걸린 재개발구역도면 어디를 봐도 문제의 낙찰받은 연립이 재개발이 추진되는 구역이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남측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이 추진되고는 있었지만, 문제의 연립은 남측 5m도로를 경계로 재개발구역에서 제외되었다.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꼭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경계도 불명확한 서울시 자료만 믿고 입찰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세는 어떨까? 재개발호재가 사라져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세가 낙찰가 이상 받쳐준다면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시세껏 산셈치고 대금을 납부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용인되지 않았다. 한가닥 희망을 걸고 시세조사를 실시하였지만, 들렀던 중개사사무소마다 거래가가 7천만원 내지 8천만원 정도라는 답만 되풀이하여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감정평가액 1억2천만원보다도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런 물건을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1억3천만원에 낙찰받았으니!
분명 사고가 터졌다. 대금납부를 못할 것이고, 그러면 입찰보증금 1200만원을 몰수당할텐데.., 마지막까지 사고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거듭하다 매각허가결정기일인 6월 8일 하루 전 늦게서야 ‘S’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아 매각불허가신청을 하기로 하였다. 집행기록을 아무리 열람하고 또 열람해도 매각불허가사유를 찾을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고가 감정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여 6월 8일 당일에서야 매각불허가신청을 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J’씨는 대금납부기한인 7월 7일까지 대금을 납부할 수 없었고, 입찰보증금으로 제공한 1200만원은 결국 몰수되었다.
‘J’씨는 문제의 연립에 입찰하면서 두가지 오류를 범했다. 하나는 재개발구역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 착오이고, 또 하나는 시세에 대한 판단 착오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현장답사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을.., 현장조사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기까지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 되었다. 경매투자에 있어서의 ‘현장조사’, 그래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현장답사를 통해 물건상태와 주변환경은 물론이려니와 거래시세를 조사하고, 개발호재가 있는 경우 그 개발범위내 포함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되는데, 이 모두가 입찰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 특히 시간에 쫓기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경매정보를 일종의 현장조사 대용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바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지방법원(경매8계)에서 성북구 동선동에 소재한 지하층 연립 23평형이 경매에 부쳐진 적이 있다. 감정평가액이 1억2천만원이고, 최저매각가도 1억2천만원으로 이날 처음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다. 결론적으로 이 물건은 서울에 거주하는 ‘J’씨에게 1억3천만원에 낙찰되었으나, ‘J’씨는 매각허가결정기일인 6월 8일에 이르러 부랴부랴 매각불허가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불허가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J’씨는 매각대금납부기한인 7월 7일까지 대금납부를 하지 않아 보증금 1200만원을 몰수당했다.
요즘 같은 경매과열 분위기에서 낙찰받기도 쉽지 않은데 왜 ‘J’씨는 보증금 12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을까? ‘J’씨로부터 직접 들은 사정은 이렇다.
강북지역의 재개발구역을 위주로 경매물건을 검색하던 ‘J’씨는 문제의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지하층 연립 23평형을 발견하였다. 감정가 1억2천만원에 처음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지만 대지지분이 24.11평으로 주택평형보다 더 넓은 것도 매력이거니와 더욱 구미를 당기는 것은 이 물건이 소재한 일대 지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재개발구역 해당 여부는 이전에 입수한 2010년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2004년 6월) 자료에 구역별로 표기된 도면을 보고 판단하였다. 재개발구역 경계가 다소 불명확했지만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신을 가졌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대지의 가격은 어림잡아도 평당 1천만원. 대지지분이 24.11평으로 대지가격만 2억4천만원이 넘는다. 평당 7백만원으로 가치를 최소화 하더라도 약 1억7천만원 정도이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5천만원이 저평가된 물건이다.
경매정보상 권리관계가 비교적 깨끗하였고, 임대차관계도 문제가 없었다. 앞뒤 잴 것도 없이 현장답사도 않고 무조건 입찰하기로 결심하였다. 최소한 1억5천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자금조달이 가능한 1억3천만원만 적어내기로 하였다. 떨어지면 아쉽지만 낙찰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개찰 결과 ‘J’씨에게 1억3천만원에 낙찰되었다. 그것도 단독으로! 위와 같은 매력덩어리의 물건이라면 못해도 10명 이상은 입찰경쟁이 붙을 것이고, 최고가입찰가격도 1억5천 이상은 넘어갈 것인데 1억3천만원에 단독입찰이라니! 어찌된 영문인가? ‘J’씨는 낙찰을 받고도 뭔가가 찜찜하였다. 대박이라는 생각보다는 불길한 생각이 앞섰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음날 지체 없이 물건현장으로 달려가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쑤시고 다니면서 개발범위내 포함 여부 및 시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아뿔싸! 부동산중개사무소마다 내걸린 재개발구역도면 어디를 봐도 문제의 낙찰받은 연립이 재개발이 추진되는 구역이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남측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이 추진되고는 있었지만, 문제의 연립은 남측 5m도로를 경계로 재개발구역에서 제외되었다.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꼭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경계도 불명확한 서울시 자료만 믿고 입찰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세는 어떨까? 재개발호재가 사라져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세가 낙찰가 이상 받쳐준다면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시세껏 산셈치고 대금을 납부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용인되지 않았다. 한가닥 희망을 걸고 시세조사를 실시하였지만, 들렀던 중개사사무소마다 거래가가 7천만원 내지 8천만원 정도라는 답만 되풀이하여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감정평가액 1억2천만원보다도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런 물건을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1억3천만원에 낙찰받았으니!
분명 사고가 터졌다. 대금납부를 못할 것이고, 그러면 입찰보증금 1200만원을 몰수당할텐데.., 마지막까지 사고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거듭하다 매각허가결정기일인 6월 8일 하루 전 늦게서야 ‘S’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아 매각불허가신청을 하기로 하였다. 집행기록을 아무리 열람하고 또 열람해도 매각불허가사유를 찾을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고가 감정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여 6월 8일 당일에서야 매각불허가신청을 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J’씨는 대금납부기한인 7월 7일까지 대금을 납부할 수 없었고, 입찰보증금으로 제공한 1200만원은 결국 몰수되었다.
‘J’씨는 문제의 연립에 입찰하면서 두가지 오류를 범했다. 하나는 재개발구역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 착오이고, 또 하나는 시세에 대한 판단 착오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현장답사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을.., 현장조사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기까지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 되었다. 경매투자에 있어서의 ‘현장조사’, 그래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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