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분양과정에서 시중 금리나 일반적인 부동산수익률에 비해 탁월하게 높은 임대수익, 그것도 일정기간 확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마케팅수법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익률보장은 분양대상 부동산의 본연의 가치 내지 시세에 비해 높은 분양가를 감추기 위한 교묘한 술책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세가 8천만원에 불과한 쇼핑몰 점포를 2억원에 분양하면서 5년간 연2천만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연간 10%의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오인하고 분양가 2억원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우리의 분양실무에서는 이와 같은 마케팅 방법이 합법적인 상술의 방법으로 판을 치고 있는데,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8. 24.선고 2014가단204478호 매매대금반환 사건에서는 분양주체측의 사기행각으로 보고서 ‘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판단이 이루어졌다. 문제의 분양물건은 분양당시부터 문제가 끓이지 않던 서울 은평구 소재 팜스퀘어 쇼핑몰인데, 분양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쇼핑몰이라는 점이 재판부에 나쁜 인상으로 반영된 듯하다. 매우 전향적이면서도 합법적인 상술과 사기적인 수법과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녹아있는 판결이다. 유사한 재판에서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



1. 기초사실
가. 팜스퀘어 건물의 현황
(1) 피고는 부동산분양과 임대 및 분양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서울 은평구 대조동 240에 있는 지하 8층 지상 16층의 팜스퀘어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라고 한다)의 분양사업에 관한 시행사이다.
(2) 이 사건 건물은 2005. 8. 3.경 준공되었고, 그 이전인 2002년경부터 분양이 개시되어 현재까지 미분양된 점포에 대하여 분양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하 3층에서 8층까지는 주차장으로, 지하 1층과 지하 2층은 NC식품관, NC리빙관, 푸드코드 등으로, 지상 1층부터 8층까지는 NC백화점으로, 지상 9층은 푸드코트로, 지상 10층은 가구관으로, 지상 11층에서 14층까지는 CGV영화관으로, 지상 15층은 치과 등으로, 지상 16층은 뷔페로 각 운영되고 있다.
(3) 이 사건 건물 중 10층 부분은 A, B, C, D, E, F, J 등의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각 구역은 다시 여러 개의 구분건물로 분할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J구역은 J002호에서 J045호의 44개의 구분건물로 분할되어 2010. 7. 8. 각 분할등기가 경료되었다. 다만 10층에서 운영되는 각 가구점들은 각 구분건물이 하나의 가구점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개의 구분건물을 묶어서 하나의 가구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 매매계약 체결 및 취소 경위
(1) 원고와 그 남편 류00은 류00이 약 36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하고 받은 퇴직금의 활용에 관하여 고민하던 중 2014. 1. 4. 월세 80만 원이 나오는 점포를 9,600만 원에 급매한다는 내용의 수기로 작성된 전단지(갑 3호증)를 보고 이 사건 건물 15층에 있는 피고의 분양사무실을 찾아갔다.
(2) 피고의 직원인 신00 등은 원고와 류00에게 2002년 분양가를 적용하고 있으니 이 사건 건물의 구분건물을 분양받으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건물에는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NC백화점이 입점해 있으니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원고가 이 사건 건물 중 제10층 제제이-010호(이하 이 사건 점포라고 한다)를 대금 132,726,000원에 매수하면 피고가 이를 임차하여 관리하면서 이를 제3자에게 전대하여 매월 1,030,616원(부가가치세 별도)의 임대료 수입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매수를 권유하였다.
(3) 이에 원고와 류00은 이 사건 점포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이 1,030,616원 상당이라고 오인하였고, 그 결과 매매대금이 132,726,000원임을 고려할 때 연 9.31%[≒(1,030,616원/132,726,000원)×12개월] 정도의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어 퇴직금을 투자하여 장래를 대비하기에 좋은 투자처라고 판단하고, 2014. 1. 4. 14:40경 전용면적이 각 5.21㎡인 이 사건 점포와 제10층 제제이-012호(이하 이 사건 제2점포라고 한다) 등 2개의 점포(이하 이 사건 각 점포라고 한다)를 매수하기로 결정하였다.
(4) 원고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점포에 대한 계약금 합계 53,090,400원(=이 사건 점포에 대한 계약금 26,545,200원+이 사건 제2점포에 대한 계약금 26,545,200원)을 송금하였고, 분양사무실에 남아 있던 류00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각 점포에 관하여 ① 대금은 각 132,726,000원이고, 피고는 잔금지급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원고에게 소유권이전을 경료하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공급계약(그 중 이 사건 점포에 관한 분양공급계약을 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과 ② 피고가 보증금 없이 월 차임은 1,030,616원(부가가치세 별도), 임대차기간은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된 날로부터 5년으로 정하여 이를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그 중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각 체결하였다.
(5) 류00은 위와 같은 계약 체결과정에서 피고의 직원들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계약체결을 독려하였다고 생각하여 휴대폰을 통하여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분양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famsNC)가 존재함을 발견하였다. 이에 류00은 같은 날 15:20경 피고의 직원 신00 등에게 이 사건 각 점포에 대한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을 취소하고 지급받은 계약금을 반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미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고 다만 이 사건 제2점포에 대한 계약금을 이 사건 매매계약의 1차 중도금으로 대체함으로써 이 사건 제2점포에 대한 매매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대한 취소 요청만을 받아들였다.
(6) 그러나 원고는 2014. 1. 5. 01:14경 피고의 직원 신00에게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임대차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 등 합계 53,090,400원의 반환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위 문자메시지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다. 이 사건 점포의 현황
(1)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에 가까운 2015. 7. 1.경 이 사건 점포의 시가는 37,199,400원 정도이고,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가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와 주식회사 태완디앤시(그 대표이사는 피고와 같다, 이하 태완디앤시라고 한다)는 서00에게 이 사건 건물 10층 중 이 사건 점포를 포함한 68개 점포(태완디앤시 24개, 피고 44개) 면적 합계 356.64㎡에 관하여 보증금 40,000,000원, 월 차임 2014년에는 11,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2015년에는 11,17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임대기간 2014. 1. 1.부터 2015. 12. 31.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점포를 포함한 위 68개 점포는 그 점포 사이의 통로부분을 포함하여 전체가 하나의 가구 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3)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월차임 전환시 산정률(연 1할 2푼)에 따라 보증금 없는 경우의 월 차임을 산정한 다음, 통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점포 면적(356.64㎡) 중 이 사건 점포의 면적(5.21㎡)의 비율에 따라 안분하는 방법으로, 임차인 서00가 지급하는 월 임대료 중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월 차임을 구하면 아래 계산식과 같이 2014년에는 151,929원, 2015년에는 154,186원이 된다(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 2014년도 (월 차임 11,000,000원)
부가가세세 제외 : 10,000,000원 [=11,000,000원×(10/11)]
보증금을 월 차임으로 전환 : 10,400,000원 [=10,000,000원+(40,000,000원×0.01]
이 사건 점포 부분 : 151,929원[=10,400,000원×(5.21㎡/356.64㎡)]
○ 2015년도 (월 차임 11,170,000원)
부가가세세 제외 : 10,154,545원 [=11,170,000원×(10/11)]
보증금을 월 차임으로 전환 : 10,554,545원 [=10,154,545원+(40,000,000원×0.01]
이 사건 점포 부분 : 154,186원[=10,554,545원×(5.21㎡/356.64㎡)]

2. 원시적 불능으로 인한 무효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점포는 면적이 협소하고 점포 사이의 복도 너비가 지나치게 좁을 뿐 아니라 구조상 및 이용상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구분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건축물관리대장상 독립한 구분건물로 등재되고 등부상에도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등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점포에 대한 구분소유권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살피건대, 1동 건물 일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으려면 그 부분이 구조상으로나 이용상으로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이 있어야 하고,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물의 일부는 그에 관한 구분소유권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어서, 건축물관리대장상 독립한 별개의 구분건물로 등재되고 등기부상에도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그 등기는 그 자체로 무효라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8. 9. 11.자 2008마696 결정 참조), 구분소유권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아직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매매계약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의 요건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이라는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또한, 판매시설 등 일정한 범위의 상가건물에 관하여는 구조상 독립성 요건을 완화한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1조의2,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의2 제1항의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지에 관한 규정(2013. 6. 17. 대통령령 제24605호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지 규정’이라 한다) 제1조, 제2조에 따라 경계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부착함으로써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0. 1. 14.자 2009마1449 결정 등 참조).
(3)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16호증, 갑 17호증의 1 내지 6, 갑 18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을 종합하여 보면, 태완디앤시는 2011. 1. 26. 주식회사 알파건영과의 사이에 이 사건 건물 중 8층과 10층 부분에 대한 구 집합건물법이 정하는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시 설치에 관한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이를 완공한 사실, 현재 이 사건 점포에는 너비 0.5㎝ 정도의 경계표지가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되어 있고, 그 재료는 바닥 재료와는 다른 재료로서 쉽게 부식・손상 또는 마모되지 않는 재료인 사실, 이 사건 점포 내 바닥에는 동판 재질로 된 건물번호표지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점포는 구 집합건물법 제1조의2가 정하는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건 점포에 설치된 경계표지의 너비가 0.5㎝에 불과하여 3㎝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 구 집합건물법 제1조의2 제1항 제3호, 구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지 규정 제1조 제1항에서 정한 경계표지의 너비에 관한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나, 이에 대한 보완작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어려운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피고가 이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시적으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점포가 대단히 협소하고 점포들 사이의 복도 너비 역시 좁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갑 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양물건 위치를 확인하고, 분양면적의 조정이 있을 경우 ㎡당 매매가격에 의하여 매매가격을 정산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제2조 제1항), 매매가격 정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분양면적의 조정이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점포가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시적으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기망을 원인으로 한 취소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점포의 시가는 약 2,000만 원 내지 3,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고, 이 사건 점포에 관한 차임도 약 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며, 일반적인 거래가 거의 불가능한 것임에도, 피고는 2002년 분양가를 적용하여 분양하고 있고, 이 사건 점포를 통하여 월 1,030,616원 이상의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차후에 이를 매도할 경우 상당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여 원고를 기망하였고, 이에 원고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의 기망행위가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임대차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참조), 여기서 착오와 의사표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표의자를 표준으로 하여 주관적으로 판단하면 충분하므로, 착오가 없었으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다른 내용으로 하였거나 또는 다른 시기에 하였으리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앞서 인정하였거나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02년 분양가를 적용하고 있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고, 이 사건 건물에는 NC백화점이 입점해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피고가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하여 관리하면서 월 1,030,616원의 임대수입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권유한 사실, ② 원고는 이로 말미암아 이 사건 점포에서 실제로 매월 1,030,616원 상당의 임대수입이 발생하고 있고, 이 사건 점포의 시가도 이러한 임대수입에 준하는 가격일 것이라는 착오에 빠지게 된 사실, ③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하는 실제 차임에 관한 정보를 묵비한 사실, ④ 원고는 이와 같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⑤ 이 사건 점포의 시가는 37,199,400원 정도이고, 2015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매월 154,186원 정도의 임대수입이 발생하고 있었을 뿐인데, 원고는 퇴직금을 투자하여 장래를 대비하여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이 사건 점포를 매수한 것이어서 만일 원고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이 각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위 ①의 행위로 착오에 빠지게 되었고, 피고의 위 ③의 행위로 착오가 유지・강화되었으며 그 결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결국 피고의 위 ①과 ③의 행위, 즉 피고가 월 1,030,616원의 임대수입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실제 차임에 관한 정보를 묵비한 행위가 위법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2) 일반적으로 매매거래에 있어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염가로 구입할 것을 희망하고 매도인은 목적물을 고가로 처분하기를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시가보다 높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4다6295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52665 판결), 신의성실의 원칙 및 거래관념에 비추어 어떤 상황을 고지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착오를 야기하거나 이미 발생한 착오를 강화 또는 유지하는 경우에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현대산업사회에서 생산자 또는 유통업자에 의하여 상품이 대량으로 판매되는 경우에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등에 관한 정보력에 있어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차이가 있게 되고, 이런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이 제공하는 정보를 일응 신뢰하고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러한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3) 아래의 각 사실은 앞서 인정하였거나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점포의 시가는 37,199,400원 정도에 불과함에도 별다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대금을 132,726,000원으로 정하였다.
②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은 2014년에는 151,929원, 2015년에는 154,186원 정도에 불과함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하여 5년간 월 차임으로 1,030,616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점포에서 실제 발생하는 차임의 6배가 넘은 다액이다.
③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5년간 월 차임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의 합계는 61,836,960원(=1,030,616원×60개월)에 불과하고, 여기에 이 사건 점포의 시가 37,199,400원을 더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대금 132,726,000원에 미치지 못한다.
④ 또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은 5년인데,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특별하고도 급격한 경제 상황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피고가 5년 후 원고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유사한 내용으로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⑤ 이 사건 점포가 위치한 이 사건 건물 10층 부분은 각 구분건물 별로 점포가 입점한 형태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5년 후 피고와 재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이 사건 점포의 임차인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경우 임대수입 없이 관리비 등 제세공과금만을 납부해야 할 위험이 있다(이 사건 매매계약서 제8조).
⑥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임대차계약의 내용은 원고가 피고에게 위 61,836,960원을 매월 1,030,616원씩 60개월 분할 상환하도록 무이자로 대여하는 한편 이 사건 점포를 5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면서도, 피고로부터 시가 37,199,400원에 불과한 이 사건 점포를 대금 70,889,040원(=이 사건 매매대금 132,726,000원-위에서 무이자 대여금으로 가정한 돈 61,836,960원)에 매수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⑦ 원고는 피고가 월 차임으로 1,030,616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함에 따라 이 사건 점포에서 실제로 그 금액 상당의 임대수입이 발생하고 있고, 이 사건 점포의 시가 역시 그러한 임대수입에 상응하는 가격일 것이라고 오인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가 이와 같이 경솔하게 판단한 것은 피고가 대형 쇼핑몰인 이 사건 건물을 분양하는 회사였던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⑧ 피고가 이 사건 점포에 관하여 5년간 월 차임으로 1,030,616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이유는,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에서 나오는 실제 월 차임이 그 정도이고, 이 사건 점포의 시가 역시 그에 준하는 가격이며, 이 사건 점포를 매수할 경우 쉽게 이를 임대하여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오인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외에는 다른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대금이 시가의 3.5.배를 넘는 다액이고 피고가 5년간 월 차임 명목으로 지급하는 합계액을 시가에 더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대금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초과 지급하는 차임 합계액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이 사건 매매대금을 인상함으로써 초과 지급되는 월 차임에 대한 부담을 그대로 원고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4) 앞서 본 법리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5년간 임차하여 차임으로 월 1,030,616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것은, 형식적으로 보면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 자체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고지한 것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의 지위와 피고가 그러한 차임 지급약정을 한 의도 및 그 결과로 나타난 이 사건 매매대금의 불합리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고지한 것과 다를 바 없고, 임대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점포를 매수하는 경우 해당 점포에서 발생하는 월 임료와 같은 정보는 목적물의 시가나 장래 시가의 변동가능성에 관한 정보와는 달리 객관적으로 검증가능한 사정에 관한 정보로서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한 구체적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앞서 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실제 차임에 관한 정보를 숨기기 위하여 고액의 차임 지급을 약속한 피고의 행위는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므로 기망행위에 해당된다.
또한 피고는 위와 같은 고가의 차임 지급 약정으로 인하여 원고가 착오에 빠져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임을 알고 있는 이상, 신의성실의 원칙 및 거래관념에 따라 적어도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하는 차임은 2014년을 기준으로 151,929원 정도임을 고지하고 나아가서는 추가 지급되는 차임은 피고의 자금으로(정확하게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의 일부를 반환하는 형태로) 지급되는 것임을 고지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한 착오를 유지 또는 강화하였는데, 앞서 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역시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므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된다.
다. 소결
결국 원고는 피고의 작위 및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2014. 1. 5.자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기지급받은 매매대금 합계 53,090,4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를 지급받은 날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4. 1. 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14. 3. 4.까지는 상법이 정하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임대수익보장약정이 있는 모든 분양계약이 사기로 취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세 부풀리기의 정도나 기망의 수법, 죄질 등을 종합하여 정도가 심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결국, 제법 그럴싸한 임대수익보장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조건에만 현혹될 것이 아니라 분양대상물의 본연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는 주의가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임대수익보장약정이 달콤한 낚시용 미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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