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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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물가와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식·암호화폐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전쟁 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했고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하반기에도 금리 상승과 위험자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금리 추가 상승에 대비해 예·적금 만기를 짧게 유지하고 가격 매력이 높아진 우량 자산을 선별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리 매력 높아지는 예·적금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34가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했고 앞서 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예·적금 금리를 0.25~0.4%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분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해왔던 과거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은행 예·적금의 금리 매력이 커지면서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679조7768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무려 19조1369억원 급증했다. 일복리저축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746조8641억원으로 2조8148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이다. 금리가 연 0~1%대로 만기가 정해져 있는 예·적금에 비해 금리가 낮다.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사태로 주식시장이 출렁하자 일단 초단기 예금으로 피신했다가 지난달부터 예·적금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만 따지면 은행보다 저축은행이 유리하다. 저축은행에선 연 3%대 금리 예·적금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SBI저축은행은 비대면 정기예금에 대해 1년 만기 연 3.15%,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연 3.16%를 주고 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가입 후 12개월 주기로 약정이율이 변동되는 회전식 정기예금을 특판(1000억원 한도) 형식으로 판매 중이다.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최고 연 3.36% 금리를 준다. 가입 기간은 2~5년이지만 회전주기인 12개월 후 해지해도 정상 이자율이 적용된다.

가격 떨어진 엔화도 관심 둘 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달러당 13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24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고점을 확인한 만큼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의 경우 달러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좀 더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은 869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57억2000만달러 줄었다. 이 가운데 달러 예금은 731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53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달러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안전자산인 만큼 단순히 환차익을 겨냥하기보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적정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매수·매도 전략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일본 엔화도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10년 전 100엔당 1500원이 넘던 엔화 환율이 최근 1000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 4월 6044억엔으로 작년 말(4964억엔)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달러 강세가 끝나면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 역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미리 저가 분할 매수하면 향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 2%대 예치 금리까지 제공하는 달러 예금과 달리 현재 엔화 예금에는 이자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 하반기 똑똑한 대출 전략은

올 하반기 내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실수요자라면 대출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그동안 지역과 주택 가격별로 60~70%이던 담보인정비율(LTV)이 80%까지 높아진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역시 청년층은 미래 소득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일부 완화된다. 8월부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의 최대 만기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매월 갚는 원리금이 줄어들어 대출 한도가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대출 한도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면 DSR 규제에 걸려 효과가 크게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며 “무작정 정부 대책을 기다리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