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켐은 지난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립선암 치료 후보물질(FC705)의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FC705는 전립선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과발현하는 단백질 ‘PSMA’(전립선특이막항원)를 표적하는 방사성의약품이다.

노바티스가 지난 3월 FDA에서 승인받은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와 표적은 물론 작용기전도 거의 같다. 퓨쳐켐은 적은 투약용량 등을 근거로 ‘베스트 인 클래스’를 노린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시장엔 퓨쳐켐보다 임상 진도가 빠른 업체들도 존재한다. 동일 계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의약품을 뜻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FC705 vs 플루빅토

30일 업계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에 이어 FDA에서 승인받은 노바티스의 2번째 항암 방사성의약품이다. PSMA를 표적하는 리간드와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177)',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했다.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하면 약물이 혈류를 따라 흐르다 전립선 암세포에 달라붙은 뒤, 루테튬177이 내뿜는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FDA는 양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플루빅토의 사용을 허가했다. FDA는 노바티스가 지난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플루빅토의 임상 3상(VISION) 결과를 기반으로 이 약을 승인했다. 플루빅토는 전반적으로 표준치료법 대비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PFS)는 8.7개월로 표준치료의 평균 3.4개월보다 더 길었다. 전체 생존기간(OS)은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4개월 더 길었다. 노바티스는 표준치료 대비 환자의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플루빅토와 관련한 물질특허를 상당수 등록했다. 플루빅토뿐 아니라 약물 최적화 과정 중 발견한 유사 구조의 물질에까지 특허를 걸어 후발주자의 진입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었다. 지대윤 퓨쳐켐 대표는 “FC705는 노타티스의 촘촘한 특허 그물망을 뚫고 개발한 의약품”이라며 “퓨쳐켐도 자체적인 특허를 21개 주요 국가에 출원했다”고 말했다.

FC705는 플루빅토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물질의 구조적 특징을 달리하고, 표적과 결합하는 리간드를 2개 더 추가했다. FC705는 PSMA에 결합하는 리간드 외에도 PSMA 인근 펩타이드(아르기닌) 및 알부민과 결합하는 부위를 더했다. 지 대표는 “FC705는 PSMA, 그리고 그와 인접한 펩타이드에 2중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경쟁약물 대비 결합력이 18배 이상 우수하다”며 “이 때문에 투약용량을 줄일 수 있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쟁약물 대비 줄어든 투약용량은 국내 임상 1·2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플루빅토는 200mCi(밀리퀴리)씩 6주 간격으로 6회 투여하는 반면, FC705는 절반인 100mCi를 8주 간격으로 최대 6회 투여한다. 회당 투여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투약 간격도 길어졌다. 임상 1상에서 플루빅토 절반 용량(100mCi)을 투여했을 때 혈청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92% 감소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지 대표는 “FC705는 혈액 속 혈장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한다”며 “알부민은 체외로 배설되지 않고 신장에서 재흡수되기 때문에 FC705 또한 알부민과 함께 재흡수돼 혈류를 따라 더 오래 이동하며 PSMA 단백질을 표적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FC705가 혈류를 따라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플루빅토와 비교할 때 FC705가 체외로 배출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만큼, 골수 등에 손상을 입힐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었다. 지 대표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내 임상 1상에서 골수에 유의미한 손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경쟁약물 대비 우선 방사성물질의 투여량이 적고, 골수의 회복 기간 등을 고려해 투약기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시장 만큼 경쟁도 '후끈'

노바티스는 플루빅토가 미국에 이어 올 2분기 유럽연합(EU)에서도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플루빅토가 적응증 확대에 힘입어 연 20억달러(약 2조4864억원) 매출의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밴티지는 이 약이 2026년에 8억5100만달러어치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암제로 FDA의 첫 승인을 받은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의 판매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억7500만달러가 판매된 데 이어, 올 1분기엔 1억2500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수치다. 루타테라의 적응증은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인구 10만명당 1.5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이다. 전립선암은 이보다 20배가 많은 인구 10만명당 30.3명이 발생하고 있다. 플루빅토는 현재 양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적응증이 제한돼 있지만, 임상 결과가 누적됨에 따라 적응증이 확대되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스트 인 클래스'를 위한 후발주자들의 임상도 치열하다. 노바티스의 광범위한 특허 때문에 도전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임상 진행 속도가 빠르다.

미국의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PSMA를 표적으로 하는 루테튬177 방사성의약품으로 상업화 임상(SIT)을 진행하는 곳은 노바티스 및 관계사를 제외하면 퓨쳐켐, 텔릭스 인터네셔널과 포인트바이오파마, 큐리움 파마 등이 있다. 이번에 임상 1·2a상을 허가받은 퓨쳐켐을 뺀 나머지 곳은 모두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기업명 후보물질명 임상단계
텔릭스 인터네셔널 177Lu-DOTA-rosopatamab 임상3상
포인트바이오파마 [Lu-177]-PNT2002 임상3상
큐리움 파마 Lu-PSMA-I&T 임상3상
퓨쳐켐 FC705 임상1·2상
자료: 클리니컬트라이얼즈,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